머리를 팔로 감싸 조이는 일명 ‘헤드록’(headlock)도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회사 대표이사였던 A 씨는 2018년 5월 식당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피해자 B 씨의 머리를 팔로 감싸 자신의 가슴쪽으로 끌어 당기며 ‘헤드록’을 하거나 머리를 2회 친 혐의를 받는다.
또 B 씨가 이직의 뜻을 표하자 “이X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덩이를 잡아야 되나”라고 말하며 B 씨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든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A 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자신이 헤드록을 건 것은 이직하려는 B 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뿐이며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나뉘었다.
1심은 “피해자가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고, 회식 도중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 점, 회식에 참여했던 사람이 A 씨를 계속 말렸던 점, 2차 회식자리에서 다른 직원이 일부러 A 씨와 피해자 사이에 앉은 점을 종합해 보면 A 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설령 A 씨에게 성욕을 자극하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A 씨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반면 2심은 “(A 씨의 행위가)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즉,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 씨가 접촉한 부위는 머리나 어깨로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한 행위는 폭행이 될 수 있음은 별론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A 씨의 행동이 다른 성적인 언동과 결합돼 있지는 않다”라며 “B 씨가 불쾌감과는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하게 감지하고 진술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 씨가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말과 행동은 B 씨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A 씨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이라며 “B 씨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갖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B 씨는 A 씨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당시 감정에 대해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거래처 대표가 ‘이러면 미투다’라고 말한 것이 강제추행죄의 성부에 대한 법적 평가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는 A씨의 행동이 제3자가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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