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성탄절 행사 크게 줄어
부모들 동심 달래기 고심
봉사단체, 방문대신 택배로 선물
산타복장 영상통화 “못가서 미안”
“이번 겨울엔 산타 할아버지가 안 와?”
김모 씨(33·여)는 최근 여섯 살 난 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조심스레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작년엔 어린이집에도 오고 길에서도 봤잖아. 올해는 한 번도 못 만났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실종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서건 쉽게 마주쳤던 산타 복장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과 놀이공원은 물론 연말 자선냄비 주변에서도 산타를 찾을 길이 없다.
특히 어린이집 등이 대거 휴업한 데다 보육시설도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지며 아이들은 산타가 사라졌다고 걱정이 크다. 일곱 살 난 손자를 둔 할머니 임모 씨(56)는 “아이가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냐며 며칠 전부터 불안해했다”며 “산타가 수염이 길어서 맞는 마스크를 찾지 못해 낮에는 안 오는 것이라 다독였다”고 전했다.
해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보육시설을 찾아가던 산타 할아버지도 올해는 사라졌다. 2005년부터 해마다 12월 24일 일일산타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한국청소년재단은 올해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 자원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직접 집을 방문할 수가 없어 자원봉사자 520명이 저소득층 가정 1070곳에 택배와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올해 선물엔 손 세정제가 처음으로 추가됐다고 한다.
대구 수성구는 24일 드론을 이용해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드론은 수성못오거리 신천 둔치에서 이륙해 강을 따라 250m가량 비행한 뒤 보육시설 앞마당에 내려앉았다. 루돌프처럼 꾸민 드론 안에는 햄버거 등이 들어 있었다. 구청 측은 “드론 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아이들이 밖에 나와 기다렸다. 산타 할아버지만큼 반갑진 않겠지만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산타를 만나는 게 꿈’인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있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청소년센터에서는 산타 분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영상통화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화면으로 산타를 마주한 이모 양(7)은 “루돌프는 코로나에 안 걸려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산타는 “루돌프는 안 걸리지만, 난 걸릴 수 있어 마스크를 썼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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