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택배기사, 배송하다 ‘의식 불명’…‘깜깜이 심야배송’ 논란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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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5일 2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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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한진 택배기사가 배송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택배기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급증한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새벽까지 배송 업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지난 11월 ‘심야 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오후 10시 이후 택배 배송 업무를 일괄 중단했다. 하지만 상당수 택배기사들이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전산상으로 ‘업무 종료’를 보고한 뒤 심야 배송을 이어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한진 택배기사 김모씨(40)가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에서 배송 업무를 하던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은 김씨가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진 관계자는 “사고를 확인하고 즉시 병원을 위로 방문했다”며 “김씨가 기력을 회복한 이후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깜깜이 심야배송’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김씨는 평균 16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아침 7시에 물류센터로 출근해 밤 12시까지 근무를 계속한 셈이다. 택배가 많은 날에는 새벽에서야 귀가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이 지난달 11월1일부터 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암암리에 심야 배송을 계속하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택배기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택배회사들이 심야 배송을 중단했지만, (택배기사들이) 9시쯤 회사에 업무를 끝냈다고 말하고 밤 11시, 12시까지 남은 택배를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애초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줄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진도 ‘깜깜이 심야배송 관행’을 일부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한진 관계자는 “지난 11월1일부로 심야배송을 즉각 중단하고 본사 및 지점에 심야배송 중단 관련 전담인력을 배치했다”며 “택배기사의 시간대별 배송물량까지 세심하게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택배 물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차량 200여대를 추가 투입했고, 특정 요일에 물량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평균 10~15만 상자를 주 후반대로 분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회사의 확고한 방침에도 심야배송 사례가 확인되면 전담인력이 집배점과 택배기사를 즉시 면담해 집배점 내 지역을 조정하는 등 장애요인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은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분류지원인력 300명을 투입했다. 내년 3월에는 분류지원인력 1000명이 모두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진 관계자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 방안을 시행 중인 가운데 택배기사의 건강이상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과로방지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 택배기사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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