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 모든 활동 실내서 이뤄져… 정원도 초과돼 감염 취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514명 비상
12층 5개건물 층마다 하나로 연결
19일 8층에서만 115명 감염
다른 층 수감자 한곳에 모여 노역

25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의료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의료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성탄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자 등 28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초대형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로써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14명으로 늘어났다. 단일 집단 집단감염으로는 2월 대구 신천지교회 다음으로 큰 규모다.

방역당국은 수감자 2412명을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실내공간에 수용하는 동부구치소의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집단 감염에 취약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신규 수감자 선제검사 없어 무증상 감염자 놓쳤나

서울시는 “23일 동부구치소에서 진행한 2차 전수조사에서 수감자 및 직원 등 2437명 가운데 2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방역당국은 해당 집단 감염이 지난달 27일 송파구의 한 수험생이 확진된 뒤 동부구치소에 근무하는 가족에게 전염되며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법무부는 “무증상 신규 수감자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18일 1차 전수 진단 검사에서 나온 확진자 상당수가 신규 수감자들이 머무는 신입사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현재 교정시설은 신규 수감자를 2주간 독방에 격리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검사 없이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로 옮겨왔다. 이 때문에 교정본부가 신규 수감자에 대한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입 수감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혼거실로 이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 정원 초과에 공동 공간 많아 감염에 취약

방역당국은 동부구치소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외관상 5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각 층이 하나로 연결된 통건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각 건물의 한쪽 면이 기다랗게 복도식으로 연결된 ‘5지창’ 형태이기 때문이다.

19일 동부구치소에서 187명이 한꺼번에 확진됐을 때도 8층에서만 1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층 전체로 감염이 확산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층에 수감됐더라도 한곳에 모여 노역하거나 공용 공간을 함께 이용하며 확산을 키웠을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감자의 가족인 A 씨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들이 한데 모여 박스를 접는 등 노역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층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수용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감자가 머무르는 과밀 상태였던 점도 방역엔 악영향을 끼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동부구치소 정원은 2070명 정도인데 13일 기준 2412명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 “확진 터지자 뒤늦게 방역 마스크 지급”

동부구치소는 전국 구치소 가운데 좋은 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운영한 동부구치소는 실내에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부대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른 구치소들은 보통 야외 대운동장 등에서 단체 활동을 하지만,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밀폐된 실내에서 이뤄져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수감자들에게 집단 감염 발생 전엔 방역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용자 가족은 25일 “지난달까지는 영치금 350원을 내면 수감자가 마스크를 구매해서 썼다”며 “일부 수감자는 천 마스크를 쓰거나 한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고 했다. 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도 “최근 방문했을 때 수감자가 천으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수감자가 영치금으로 방역마스크를 개별 구매했으나 직원 확진이 확인된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모든 수감자에게 KF94 마스크를 지급해왔다”고 해명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구치소 특성상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도 방역마스크 지급조차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점 등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황성호 기자
#코로나19#동부구치소 집단감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