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의 모든 검사들의 반발을 부르면서까지 강행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추 장관은 사의 표명 후 그동안 의사 표명의 창구로 활용한 SNS 활동도 하지않고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법조계 안팎에서 징계 처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추 장관에 대한 성토 목소리와 책임론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현 사태를 두고 사과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것이란 예상도 한편에서는 나온다. 궁지에 몰린 추 장관이 1월 말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마지막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결정한 지난 16일 사의 표명을 한 뒤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다른 입장 발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정직 2개월 결정이 내려진 16일 오후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제청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자 장관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인 17일 하루 연가를 내긴 했으나, 18일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공식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소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후 불거진 서울동부구치소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감염사태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인용 결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 중’이다. 그동안 즐겨했던 SNS 활동도 멈춘 상태다.
앞서 서울동부구치소의 1차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20일 이용구 차관이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을 때에도 추 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추 장관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법원은 징계 절차에서의 하자를 지적한 데 이어 추 장관이 내세운 대부분의 징계사유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 추가 심리해야하거나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배’ 부분에 대해 ‘윤 총장에 책임이 없으며’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해당 사안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정치를 할거면 옷을 벗고 하라’며 직접 사퇴 압박을 가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한 부장검사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법무부로선 충격적이고 창피한 일”이라 평가했다.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도 법원 결정이 나온지 채 하루가 안 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추 장관의 사의를 조만간 수용하는 것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 와중에 추 장관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비록 사퇴를 앞두고 있지만 임기 내내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지휘권 및 감찰권 행사로 결국 징계처분이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 함께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명확히 단죄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재판부 분석 문건’ 관련 대검 감찰부의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에 주목한다. 해당 사건엔 추 장관을 비롯해 현 상황을 초래한 검찰 관계자들이 대부분 연루돼있다.
하지만 이런 수사 때문에라도 추 장관이 예전과 같은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해 나갈 것이란 게 검찰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해당 수사가 신속히 이뤄져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 소재가 분명히 밝혀지면 좋겠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놔두겠냐는 것이다.
무리한 수사지휘와 징계 청구, 감찰 과정에서 이뤄진 위법 논란은 조직 내부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인사권을 행사해 수사팀을 해체하거나 수장을 좌천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검찰 내부에선 검사장 인사에서 그동안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대검 감찰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조상철 서울고검장, 월성 1호기‘ 원전 수사 중인 조두봉 대전지검장 등이 추 장관의 ’주요 타깃‘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국면에서 추 장관이 ’안전장치‘를 해놓지 않고 그냥 나가기엔 수사의 칼날이 들어올 수 있어 불안할 것”이라면서 남은 임기 동안 수사지휘권이나 인사권을 무리하게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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