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다음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 확산세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3단계 격상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탄전일 지난 2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24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데다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잠복 감염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26일 0시 기준 일일 확진자는 휴일 검사량 감소 영향 등으로 950~1000명 안팎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루전 288명이 쏟아진 서울 동부구치소와 같은 대형 집단발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000명 안팎 확진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설령 1000명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휴일 진단검사 감소 효과가 반영된 만큼 안심할 수 없다.
2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5일 오전 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계된 신규 확진자는 서울 313명, 경기 226명, 인천 49명, 충남 9명, 경북 33명, 전북 32명, 부산 23명, 경남 22명, 제주 14명, 대구 14명, 광주 13명, 대전 9명, 울산 8명, 전남 2명, 세종 1명 등 842명이다.
◇중수본 “조심스럽지만 다음주 감소세 전망”…3단계 격상도 난색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조심스럽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다음 주쯤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세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줄곧 확산세를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방역당국이 감소세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음 주를 지나서 감소세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전망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거리두기 조치와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 조치에 추가해 지역사회의 잠재적인 감염자를 최대한 찾아내고자 검사량을 대폭 확대했다”며 “임시선별검사소를 수도권에 투입해 일반적인 선별진료소보다 더 많은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순차적으로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했다. 당초 계획한 150개소 중 147개소를 설치했고, 이날 0시 기준 121명의 신규 확진자를 찾아냈다. 신규 확진자 121명은 서울 60명, 경기 51명, 인천 10명 순이다.
누적 확진자는 총 1025명이며, 서울이 561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376명, 88명으로 집계됐다. 양성률은 0.25% 수준이다. 임시선별진료소를 운영한 첫날 양성률이 0.38%로 나타난 것에 비춰보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방역망을 벗어난 확진자가 100명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방역당국이 다음 주 코로나19 감소세를 전망한 배경은 감염재생산지수가 1.2 수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몇 명에게 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일 경우 사회 유행 위험이 낮다고 평가하고 1 이상일 때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
감염재생산지수 1.2는 감염자 1명이 또다른 1.2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으려면 감염재생산지수가 1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다만 방역당국은 실내 생활이 많은 계절적인 요인을 고려해 감염재생산지수가 1.2에서 상승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려면 의료와 방역역량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확진자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1월 3일까지 운영하고 소모임도 자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며 “이 조치들이 잘 이뤄지면 다음 주를 지나서 감소세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의료적 역량도 (확산세를) 어느 정도 따라잡으면서 병상 여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1~2주 뒤면 3단계 격상 윤곽 나올 것”…전문가들 “집단감염 터지면 판단 바꿔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감소세를 예측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역망을 벗어난 집단감염으로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며, 수도권 선별진료소를 통해 지역사회 잠복 감염자를 모두 찾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서다.
누적 확진자가 514명이 발생한 동부구치소는 지난 20일 1차 진단검사에서 187명을 발견했지만, 최근 2차 검사에서는 288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1차 검사 전후로도 계속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은 그동안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과 달리 감염 취약시설 대상이 아니었다. 방역당국 감시망도 약했다. 하지만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이후 추가 감염자가 500명 넘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서울동부구치소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법무부는 전국 구치소를 상대로 전수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진단검사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신규 확진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지 않는 한 확진자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실내생활이 많은 겨울 특성상 많게는 하루에 1500~2000명까지 발생할 상황을 상정해 당국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일일 확진자가 2000명대로 나오면 국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물론 수도권 대형 체육시설 등을 병원으로 개조하는 상황까지 번질 수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감염재생산지수가 1.2를 유지한 것은 확산세가 멈추지 않은 상황임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또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어떻게든 늦추고 싶다면 추가적인 방역대책인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내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며 “감염재생산지수가 1.2인 것은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1 이상인데다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진자 1명이 수백명 규모 추가 감염으로 이어지는 일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며 “자발적인 방역을 통한 효과는 거의 다 나온 상태이며, 향후 강제적인 조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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