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경심 재판부 노하우’ 법관들 공유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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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辯, 공방 과열땐 판사실 불러 티타임”
사법연수원 법관연수때 소개

‘조국 사태’ 1년 4개월만에 첫 판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해 자녀 입시비리 등 15개 혐의 중
 11개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국 사태’ 1년 4개월만에 첫 판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해 자녀 입시비리 등 15개 혐의 중 11개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검찰과 변호인 간 다툼이 거셀 때는 양측을 판사실로 불러 티타임을 가졌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가 지난달 13일 사법연수원 법관연수 자료집을 통해 다른 판사들과 이 같은 내용의 재판 운영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 사건 재판장이었던 임정엽 부장판사가 작성한 ‘재판부 운영현황’ 자료집에는 검사와 피고인 간의 법정 공방이 과열될 경우 판사 사무실로 불러 모아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올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자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이 증언을 모두 거부하는데 검사가 신문사항을 하나하나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검사와 변호인단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두고 서로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잠시 재판을 멈추고 검사와 변호인을 판사실로 불러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결국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신문사항을 줄이는 쪽으로 타협을 봤다.

정 교수 재판부는 재판 전 검찰과 정 교수 측의 예상 주장과 쟁점을 미리 분석해 상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재판 당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이의제기를 할 경우 신속히 판단을 내리고 핵심 쟁점을 추려 효율적인 재판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 부장판사는 자료집을 통해 “재판기일 이전에 예상되는 당사자의 주장, 재판장의 발언 및 결정 등에 관한 메모를 작성해 재판부와 공유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정 교수의 보석 청구 기각이나 조 전 장관 증인 채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마다 검찰이나 정 교수 측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정 내용과 관련 발언을 사전에 꼼꼼히 점검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 재판부는 전국 법원의 1심 형사재판부에서는 유일하게 경력 20년가량의 부장판사 세 명으로 구성됐다. 오랜 재판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 판사들이어서 재판 전 시뮬레이션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다.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뿐 아니라 다른 2명의 부장판사도 증인신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통상적인 재판과 다른 특징이다. 34회에 걸쳐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60명이 넘는다. 정 교수 1심 판결문에 적시된 증거목록에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조서보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임 부장판사는 “쟁점이 많고 어려운 사건의 경우 세 명의 부장판사가 분담해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법원 안팎에선 정 교수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자세히 심리한 방법이 다른 판사들에게도 참고자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해당 법관연수 자료집을 통해 “실질적으로 대등한 3인의 숙려에 따른 재판이 합의재판제도 본연의 모습”이라며 정 교수 재판부와 같이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를 1심 법원에 설치한 취지를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어 “최소 법조경력 16년 이상의 부장판사 3인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면 종전보다 경험과 연륜이 높은 판사들에 의한 충실한 심리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지방법원 재판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의 사법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정경심#노하우#법관#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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