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아는 도시다. 대구시내를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도시의 ‘젖줄’인 금호강은 1980년대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비만 오면 무언가 썩는 냄새가 강 주위를 휘감았다. 이 오명은 대구시가 1984년부터 15년간 하수처리시설 설비 향상에 투자한 이후인 2000년대 들어서야 벗을 수 있었다.
대구는 물산업 발전 가능성을 먼저 보고 준비하는 도시다. 2015년부터 세계물도시포럼을 개최해 물 관련 정보를 모았다. 지난해는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내에 물산업클러스터를 만들었다. 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 깨끗한 수질 확보에 주력
대구시는 취수 원수의 60% 이상을 낙동강에 의존한다. 그만큼 낙동강의 수질이 중요하다. 그러나 낙동강 인근에는 산업단지가 많아 늘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구에만 산업단지가 7곳이 있고 낙동강 상류로 올라가면 경북 구미시와 봉화군 등에 산업단지와 대형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들 산단은 강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한 뒤 폐수 및 하수 처리를 거쳐 다시 강으로 방류한다.
이에 대구시는 ‘스마트워터시스템’을 구축해 산단에서 사용한 물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강으로 방류하는 수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스마트워터시스템은 수질과 수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적절한 수질이 될 때까지 정화한 뒤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다 쓰고 난 물을 폐수·하수 처리해 강으로 보내는 대신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물을 수차례 더 거른다. 깨끗하게 거른 물은 다시 공단에서 공업용수로 활용한다. 정수 과정에서 걸러지는 미세조류들은 따로 모아 바이오가스를 추출하는 데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026년까지 스마트워터시스템이 구축되면 낙동강으로 방류되는 물의 양은 현재의 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향후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산단도 스마트워터시스템을 도입해 낙동강 수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물산업 키워 물 시장 개척
수질 정화 등 물을 활용한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돼 깨끗한 식수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데다 산업이 세분화되면서 물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 규모는 2020년 약 996조 원에 달하고 적어도 2024년까지는 연평균 3.4%대의 성장이 예측된다. 그린뉴딜을 견인할 녹색산업으로 ‘스마트 물산업’이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조성한 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물산업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교두보다. 이곳에서는 기업이 물 관련 기술을 개발해 상품이나 서비스로 내놓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구 산단에서 배출되는 물을 활용해 폐수를 정수하거나 물로 발전해 에너지를 얻는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한다. 해외로 수출할 경우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컨설팅도 지원된다.
이 같은 지원은 입주 1년 만에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물산업클러스터 입주 기업 32개사는 올해 982억 원의 매출(11월 기준)을 올렸다. 상반기(442억 원)보다 하반기(540억 원) 매출액이 1.2배 더 높다. 입주 기업들은 수돗물 정밀여과장치를 만들고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수하는 기술 개발 등의 성과를 올려 국내 판매는 물론이고 해외 수출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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