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중구 명동의 로드숍 거리. 지난해와 달리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유창한 중국어 호객 행위 소리가 사라졌다. 명동역 인근 한 로드숍 내부에도 손님이 없어 적막함만 흘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창궐 이전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이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로드숍 판매직 직원 A씨는 “연말 특수는 바라지도 않는다. 작년 매출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대목 명동 거리의 모습은 말 그대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매년 연말 쇼핑 대목에는 각종 판촉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호객행위마저 사라졌다.
그나마 남은 매장들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보였다. 폐점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썰렁한 명동 거리…화장품 로드숍 ‘휴업’ 또는 ‘폐점’
지난 26일 쇼핑객들이 몰리는 연말 대목에도 불구하고 명동역 인근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로드숍 브랜드 에뛰드와 네이처리퍼블릭은 ‘임시 휴업’ 상태였다.
서울 명동의 인기 로드숍 브랜드는 본사에서 운영중이지만,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상당수 문을 닫았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인 프리티스킨·네코마오도 코로나19 여파로 인근 8개 매장 가운데 7개 매장이 휴업했다. 현재는 명동점 1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어퓨 명동중앙로점도 폐업을 앞두고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고별전이 진행 중이었다.
연말 각종 판촉 행사에 방문객들로 붐비던 명동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인적이 드물어 정상 영업을 하는 점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을 연 매장에도 손님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1~2명에 불과했다. 곳곳엔 임대문의가 안내문이 부착된 매장도 눈에 띄었다.
한 로드숍 매장 직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명동 거리가 인적이 드물어지고 매출도 안 나온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리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일부 매장은 폐업을 택하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영업 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로드숍 업계는 사상 최대 위기에 놓였다. 저가 화장품과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상권보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유독 높았던 명동 로드숍 매장들은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3분기만 하더라도 로드숍 브랜드는 부진을 이어갔다. 해당 기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각각 2억·5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미샤·어퓨 등을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도 151억원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토니모리·잇츠한불도 각각 49억·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니클로·H&M 마저도…대형 패션 업체들도 줄줄이 방 뺀다
화장품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업계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과거 명동 거리에 위치해 ‘안테나숍’(소비자의 선호도나 반응 등을 파악하는 매장)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대형 패션 매장들도 연말 특수를 누리긴커녕 인건비·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택했다.
에프알엘코리아가 운영 중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의 명동중앙점이 대표적이다. 해당 매장은 4개층 3729.1㎡ (약 1128평) 규모로 지난 2011년 개점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으로 주목받은 곳으로 오픈 당시에만 매출 20억원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불매운동 여파로 한차례 휘청인 데다 코로나19 충격까지 덮치자 결국 다음 달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실제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지난 8월 31일(16기) 국내에서 8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니클로만이 아니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SPA 브랜드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미 외국계 SPA 브랜드인 H&M 1호점인 명동 눈스퀘어점도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으며, 국내 멀티 편집숍 에이랜드 명동점도 코로나19 영향을 피해가지 못해 폐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동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대기업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가 명동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안테나숍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었다”면서 “어려운 시국에도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며 매장을 유지해왔지만 어려운 상황이 1년 가량 지속되면서 결국 폐업을 내걸거나 휴업하고 있는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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