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수사 5개월 빈손…성추행·방조 못밝히고 악플러만 잡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2차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박 전 시장 성추행 방조 의혹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박 전 시장 변사 사건은 내사종결할 예정이다.

박 전 시장 극단선택 이후 5개월 만에 내린 결론이다. 이를 두고 경찰이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경찰청 차장(치안감)을 팀장으로 한 대규모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도 사실상 ‘빈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을 출범을 앞둔 경찰이 ‘책임수사’를 강조하던 것에 비해 내실있는 수사를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고소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달아 이르면 이날 중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피해자 2차 가해와 관련해서는 15명을 기소의견 검찰에 송치하고, 군인신분인 2명은 군으로 이송할 방침이다. 박 시장 변사사건은 그의 사망에 범죄와의 연관성이 없어 내사종결될 전망이다.

수사는 마무리했지만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은 못 푼 셈이다.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수사는 사실상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2회에 걸친 휴대전화 포렌식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은 경찰이 박 전 시장 사망 1주일여 뒤 그가 사망시 지니고 있던 총 3대 휴대전화 통신영장 등을 “강제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은 우종수 서울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46명의 수사·사이버과 경찰관들이 달라붙어 대규모로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 사실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박 전 시장이 사망하고 휴대폰 영장이 기각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수사상황의 제한 때문에 증거가 불충분해서 불기소에 이르렀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보완을 위해 피해자 측 휴대전화도 확인했다. 그러나 직접적 증거로 쓸만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의혹은 결국 명확하게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하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 여러 암초를 만났지만 경찰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울까지 1인시위를 이어오면서 촘촘한 수사를 촉구했던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연합 등은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으로, 최근에는 피해자 실명 유출과 관련해 형사고소한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 등을 제출했다”면서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추행과 추행 방조에 대해서 수사결과 드러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혔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의 가로세로연구소를 각하 의견으로 송치할 전망이다. 가세연은 박 전 시장 사망 당시 서울 와룡공원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도중 그를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수사)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