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변사와 성추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다만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건 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성추행 방조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리하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확인은 국가인권위원회 몫으로 남겨졌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성추행 의혹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의 수사를 마무리한다며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 고소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허영·김주명·오성규·고한석 등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장과 윤준병 전 서울시 부시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서울시 관계자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리하기로 결론냈다.
성추행 방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은 성추행 피해자인 전직 비서 A씨와 피고발인 5명, 서울시 직원 등 참고인 26명을 조사했지만 관련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
또한 박 전 시장의 업무용 스마트폰에 대한 포렌식도 진행했지만 이는 변사 경위 파악으로만 수사 범위가 제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돼 확인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결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간 경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박 전 시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혀왔지만 수사만 마무리한 채 성추행과 방조 혐의 모두 ‘밝힐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 같이 경찰 수사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마무리됨에 따라 성추행 방조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역할은 인권위로 넘어가게 됐다.
피해자 A씨 측 법률대리인과 지원단체들은 지난 7월 말쯤 인권위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진행하기로 의결하고 8월 초 차별시정국을 중심으로 한 직권조사단을 구성했다.
당시 인권위는 Δ박 전 시장에 의한 성추행 여부 Δ성추행 피해에 대한 서울시의 묵인·방조 여부 및 가능했던 구조 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조사 및 개선방안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냈다.
당초 인권위는 연내에는 직권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는 28일 열린 마지막 전원위원회에 관련 사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제도적 원인까지 조사에 포함해 조사 범위가 넓다 보니 예정된 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가 올해 안은 아니어도 조만간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직권조사단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소위원회인 차별시정위를 거쳐 전원위에 상정되는데, 현재 보고서가 차별시정위에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되고 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경찰 수사 결과에 비해 ‘실체적 진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경찰 수사와 달리 성추행이나 방조 등 범죄 혐의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구조적 문제나 제도까지 직권조사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 전 시장의 텔레그램 비밀대화 요구 메시지, 음란 메시지, A씨의 부서 이동 후에도 개인적 연락을 취한 메시지 등을 “모두 제출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던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인권위의 직권조사 역시 경찰 수사 결과처럼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참고인의 협조나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용 스마트폰 포렌식 수사가 ‘변사’로만 제한돼 경찰 협조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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