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신에 독감 접종 71% 그쳐… 코로나 접종때도 재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코로나19]독감백신 유통과정 상온 노출 사고… 무료제공에도 80% 목표 밑돌아
코로나백신 영하 20~80도 유지해야… 접종대상도 3600만명으로 독감 2배
국민 87% “백신 접종할 의향 있다”… ‘유통-예약 시스템 구축’ 발등의 불

주한미군 접종 시작… 백신 맞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29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킬 더 바이러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주한미군 접종 시작… 백신 맞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29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브라이언 올굿 병원’에서 ‘킬 더 바이러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백신 도입이 곧바로 ‘접종 시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백신이 들어오는 만큼 허가와 유통, 접종, 모니터링까지 모든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해야 빠른 접종이 가능하다. 부실한 준비로 혼란이 커지면 오히려 ‘백신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접종사업은 대상자(무료접종)를 크게 늘리며 접종을 독려했지만 접종률이 정부 목표(80%)에 미치지 못하는 70%대 초반에 그쳤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유통사고’로 인한 접종 일시 중단 등이 백신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 ‘백신 불신’에 71%만 접종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1일 마무리되는 2020∼2021년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대상자 1960만1240명 중 71.1%(1394만4073명·28일 기준)만 접종을 완료했다. 임신부 및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어린이가 일부 내년 4월 말까지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부 목표인 80%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는 2018년과 2019년의 약 1300만 명과 비교해 1.5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을 우려해 무료접종 대상자를 만 65세 이상에서 만 62세 이상, 만 12세 이하에서 만 18세 이하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백신 출하량도 예년보다 20%가량 늘렸다. 하지만 접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백신 연관성에 상관없이 접종을 받은 고령자 사망 소식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28일까지 독감백신 접종률은 어린이 81.3%, 청소년 58.9%, 만 62∼69세 61.4% 등 평균 71.1%에 그쳤다. 최근 백신 접종률인 2017∼2018년 83.1%, 2018∼2019년 79.7%, 2019∼2020년 80.3%보다 크게 낮다. 출하된 백신 3004만 도스 중 최소 수백만 명분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불안감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에 나서지 않아 인력과 자원만 낭비한 셈”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은 신뢰 문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까다로운 접종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독감보다 더 까다롭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접종해 임상적으로 안전이 검증된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에서 올해 처음 시도된다. 어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접종하면 안 되는지 이제야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유통과 접종 방식은 독감 백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영하 20∼80도 초저온에서 보관 유통해야 한다. 제품별 접종 횟수도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두 번, 얀센은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두 번 접종하는 백신은 권고 접종 간격도 3주, 4주 등으로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29일 한국갤럽의 ‘코로나19와 백신 관련 인식’ 국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87%가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의향을 나타냈지만, 실수가 나오면 상황이 바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을 위해 별도 접종센터 약 100∼250곳을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냉장 보관·유통이 가능한 백신은 기존 예방접종 경험이 있는 위탁의료기관 중 지정 기준에 부합하는 기관을 지정해 접종한다. 초저온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1분기 내 냉동고 250여 대를 구비하고 코로나19 백신 유통·보관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초저온 유통망과 접종센터 등 코로나19 백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며 “백신접종 예약 시스템과 접종 후 부작용을 관찰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지운·김성규 기자
#백신#불신#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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