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확진을 막기 위해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를 내렸는데, 격리된 상태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의료시설 수준을 고려할 때 내부에서 치료가 불가능해 코호트 격리 조치는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병원 환자 상태를 고려할 때, 신속한 병상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병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30일 기준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53명이다. 손용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진행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까지 누적 사망자는 879명이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약 17%가 요양병원 사망자다.
문제는 향후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3차 대유행 이후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병원, 청북 충주시 참사랑노인요양병원, 울산 남구 요양병원 등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경우 고령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취약 환자로 꼽힌다. 치료가 시급한데 3차 대유행으로 병상수가 부족해지면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일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당장 치료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사회로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조치란 비판이 당장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상 부족으로 인해 확진자를 이동할 곳이 없자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요양병원은 호흡기 관련 전문 치료를 제공하기 힘들다. 코로나19 치료가 어려운 것인데, 결국 사망날짜만 기다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는 접촉자를 모으는 것이다. 확진자는 격리해야 한다. 지금은 코호트 격리 정의에 맞지 않은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며 “나쁘게 말하면 방법이 없어서 아예 가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동일집단 격리 대상이 아닌데 확진자와 일반 환자, 의료진이 다 코호트 격리된다면 결국 ‘교차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꼬집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를 하루빨리 치료병상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험이 더 큰 고령의 환자라는 점에서 병상배정이 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교수는 “지금 현재 가장 급한 것은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시설을 치료시설로 조성하고 확진자를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실내체육관이나 컨벤션시설 등에 치료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강화해 하루 확진자 줄여야 병상확보
일부에서 음압병실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천 교수는 “음압병실은 규모가 크고 조성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규모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확진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루에 1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병상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거리두기를 강화해 일일 확진자 수를 100~200명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병상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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