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섬진강 범람때 태어난 송아지들, 무럭무럭 자라 벌써 100kg 넘어
구례군, 이재민 110명 임시주택 생활
“피해 주민에 실질적 배상 이뤄져야”
2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서리 봉성농장에서 백남례 씨가 섬진강 범람 수해 직후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자란 쌍둥이 송아지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구례군 제공
“수해를 이겨낸 쌍둥이 송아지처럼 모든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내고 희망과 용기를 갖기 바랍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봉성농장에서 30일 만난 백남례 씨(60)는 다가오는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를 맞아 덕담을 건넸다.
백 씨는 8월 9일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 읍내가 물바다가 됐을 때 주택 지붕 위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소의 주인이다. 당시 임신 중이던 소는 다음 날 안전을 위해 마취를 시킨 뒤 크레인을 이용해 땅으로 내려왔다. 상처에다 탈수가 심해 걱정이 컸지만, 이 소는 11일 새벽에 쌍둥이 암송아지를 낳았다.
“고생해서 그런지 어미 소가 젖이 나오질 않아 하루 3차례 쌍둥이에게 분유를 줬습니다. 자식처럼 여기며 3개월 내내 먹였죠. 정성이 통했는지 쌍둥이들이 잘 자라 벌써 100kg이 넘었어요. 수해를 이겨낸 쌍둥이에게 ‘희망이’와 ‘소망이’라는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최근엔 또다시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수해를 이겨낸 어미 소가 쌍둥이들의 동생도 임신했다. 백 씨는 “30년 동안 소를 키웠지만 올여름 수해만큼 혹독한 시련이 없었다”며 “쌍둥이들이 같은 나이의 소보다 약간 작긴 해도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사실 백 씨 가족이 운영하는 봉성농장은 수해로 키우던 소 280마리 가운데 100마리를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 수해를 이겨낸 소들이 송아지 20마리를 낳아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고 한다. 5년째 함께 소를 키우고 있는 아들 김정현 씨(29)는 “1만 m² 넓이 봉성농장이 절반밖에 복구되지 않았다. 빚으로 사료를 구입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해에는 정부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고 빠르게 복구돼 소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소망했다.
수해 당시 양정마을을 비롯해 구례 한우농가 42곳은 소 572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소재덕 구례 한우협회장(67)은 “농민들이 피땀 흘려 키운 소가 인재로 섬진강 물이 범람해 폐사했지만 보상은 마리당 80만 원에 불과했다”며 “정부가 오래된 보상 기준으로 시세의 10%도 되지 않는 보상을 해 크게 낙담했다”고 말했다.
구례군은 올해 침수피해 응급 복구가 최근 완료됐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상하수도 시설과 문화예술회관 등에 대한 시설 보수 작업을 벌인다. 구례군은 공공시설 침수 등으로 1807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주택과 상가 2000여 가구가 침수되면서 아직도 이재민 110명이 임시주택 50개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실질적 수해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28일 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와 5개 광역자치단체, 16개 시군 피해 주민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체결한 상호협력 협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16개 시군 피해지역은 섬진강댐,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다. 구례 주민 2100명은 내년 3월까지 피해 입증 서류를 준비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수해 배상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창승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 상임대표(62)는 “이번 협약은 합리적인 수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며 “내년에는 피해 주민들에게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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