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등이 여성단체 대표와 여성단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거쳐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피소 사실을 유출한 여성단체에 소명과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올 7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여성단체 대표 A 씨가 민주당 B 의원에게 피해자 측 고소 움직임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올 7월 8일 오전 10시 31분경 B 의원은 A 씨와 통화를 했고, B 의원은 약 2분 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올 7월 7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에 피해자 지원을 요청하며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 예정’이라고 알렸는데 하루 만에 이 같은 내용이 가해자인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것이다.
임 특보는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임 특보 등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공관을 나섰고, 오후 1시 24분경 임 특보에게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검찰은 A 씨와 B 의원 등이 수사기관 종사자가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9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원로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측에선 여성단체를 믿고 지원을 요청하며 고소 계획을 알렸는데 이를 유출하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여성단체를 믿겠느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여성단체가 권력을 비호하는 단체로 변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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