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3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속출하는 사망자들 가운데 70%가량이 요양병원 집단감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하루 사망자가 40명에 치닫는 최악의 사태가 방역당국의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조치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방역당국의 부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최악의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누적 확진자가 30일 오후 기준 190명으로 늘어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선 초기에 확진자를 분리해 대규모 감염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방역당국이 막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병원에선 확진자가 아닌 비확진 사망자까지 늘고 있어 당국의 늦장 방역조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인근 생활치료센터로 격리된 김모씨(36·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인근 요양병원에서 한 층을 비우고 미소들요양병원의 비확진자 20명을 받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러나 구로구 보건소는 환자 이송을 막았다. 환자를 받겠다는 병원 역시 구로구에 위치한 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염관리에 취약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초 확진자가 나왔을 때 요양병원 내 격리가 어려웠음에도 구로구 보건소와 서울시 역학조사단은 확진자를 따로 분리하지 않은 것은 방역당국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 관계자는 “환자들을 수용하기로 했던 병원 측에서 확산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환자 수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내려진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병원도 구로구가 먼저 수소문을 하고 이송을 요청해 확진자를 받기로 했었던 것”이라며 “강압적으로 환자들을 이송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 조치가 된 이후에도 방역당국의 지시가 자주 바뀌고 보급품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고 한다.
김씨는 “초기 확진자가 발생하고 난 후 구로구 보건소와 서울시 역학조사단이 중앙지시체계 시스템을 만들어 현장을 지휘했지만 최초 방문 이후 현장에 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며 “당시에 중앙 지시를 받으라고 하면서 답이 오는데도 몇시간이 걸리고 지시사항도 수시로 바뀌어 혼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확진자 발생 초기에 구로구 보건소에서 병원에 지급한 보급품은 N95 마스크 두 박스가 전부였다”며 “방호복이나 감염관리,환자처치에 필요한 일회용품 등 필요한 물품은 병원 사비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현장 의료진들이 요양병원 내부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난 후에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현장을 방문했지만 환자 이송과 보급품 지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의료진 및 병원직원들이 27일 청와대 국민청원과 언론사 제보를 한 이후에야 어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이 현장을 방문해 3일 안에 환자 이송을 마치겠다고 약속했다”면서도 남은 환자들의 이송 방안이나 보급품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30일 오전에서야 미소들요양병원에 남은 코로나19 확진자 전원을 모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원 조치 하기로 했다. 또한 병원에 남은 비확진자 돌봄·의료 지원을 위해 간호사 26명, 요양보호사 8명 등 의료인력 34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비확진자 사망자 11명… 의료 여력 한계로 악순환 계속
구로구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코로나19 비확진자 사망자 수가 확진자수를 넘어서며 의료 여력의 한계가 또다른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30일 오후 9시 기준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 총 15명 중 코로나19 비확진자는 11명이라고 밝혔다.
비코로나 환자 첫 사망자는 지난 23일께 나왔고 30일까지 11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70~90대 기저질환자들이다. 이 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를 시작했던 15일 전에는 사망자가 거의 없었지만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30일 현재 병원에는 51명의 확진자와 90여명의 비확진자 환자가 있다. 김씨는 “일반 환자도 이틀에 한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못한다”며 “간호사 24명이 5개 병동을 맡아 환자를 관리하다 보니 혈압을 측정하고 기저귀를 가는 등의 기본적인 업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간병인들까지 일을 그만뒀다. 이 때문에 남아있는 24명의 간호사가 음성환자, 밀접자, 확진자로 분리된 5개 병동을 모두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씨를 포함한 9명의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김씨는 “사망자 수는 병원에서 입수한 정보로 파악한 것이고 자택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된 후에 양성 판정되서 사망한 정보까지는 입수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호트 사망’ 악순환…전문가 “대책없이 가둬둔 것”
3차 대유행 이후 미소들요양병원 외에도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병원, 청북 충주시 참사랑노인요양병원, 울산 남구 요양병원 등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일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당장 치료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사회로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의료시설 수준을 고려할 때 내부에서 치료가 불가능해 코호트 격리 조치는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소규모 감염이 수백명에 달하는 집단감염으로 커진 것은 방역당국의 초동대응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는 접촉자를 모으는 것이다. 확진자는 격리해야 한다. 지금은 코호트 격리 정의에 맞지 않은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며 “나쁘게 말하면 방법이 없어서 아예 가두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방역당국이 요양병원에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섞어서 가둬놓고 방치를 했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동일집단 격리 대상이 아닌데 확진자와 일반 환자, 의료진이 다 코호트 격리된다면 결국 ‘교차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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