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확산 뒤에야 “전원 마스크 지급”…수장인 秋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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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뒷북 대응’ 논란

“진작 시행되고 있어야 할 지침이다. 지금은 엎질러진 물 담기에 불과하다.”

법무부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 34일 만인 12월 31일 공식 사과를 하며 교정시설 방역대책을 발표하자 방역 전문가들은 이 같은 “뒷북 대응”이라며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좁은 곳에 많은 인원이 밀집해있고 원활한 환기가 어려운 교정시설을 특성을 감안해 두 달 전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 곳곳에서 확진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선제적으로 했어야 할 조치라는 것이다. 또 법무부의 수장인 추미애 장관 대신 이용구 차관이 서울동부구치소 부실 방역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두고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차별 확산된 뒤에야 “전원 마스크 지급”
이날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31명 늘어난 923명으로 급증했고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68명으로 늘어났다. 법무부는 이날 교정시설 집단감염 대책을 발표하며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 직원과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부터 다음달 13일까지 2주간 전 교정시설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 접견이나 작업 등을 제한하고 변호인 접견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 교정시설 내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고령자, 기저질환자, 모범수용자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해 다음달 14일경 가석방을 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모든 교정시설 직원·수용자에게 1주일에 1인당 3장씩 KF94 마스크를 지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당초 “예산 문제로 전 직원과 수용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했으나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11월 말에야 수용자들에게 1주에 1, 2장의 마스크가 지급됐다. 이전까지는 수감자들이 영치금으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해 면마스크를 쓰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서울동부구치소처럼 거대한 아파트 형태의 교정시설인 인천교도소, 수원교도소에 대한 전수검사도 가까운 시일 내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3밀(밀접·밀집·밀폐)’ 구조가 계속 지적되어 왔는데, 같은 취약점을 가진 다른 교정시설에 대해 아직까지 선제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살려주세요’라고 쓴 문구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12.29/뉴스1 © News1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살려주세요’라고 쓴 문구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12.29/뉴스1 © News1
집단 감염 사태 이후에도 서울동부구치소가 안일하게 대응한 정황도 나온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에 따르면 동부구치소는 12월 24일 출소자 명단을 방역당국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유관기관 회의에서 동부구치소는 출소자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명단을 보건소에 통보해주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구치소 측이 출소자들에게 검사 결과와 자가격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뒷북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강당에 분리구역을 만들거나 컨테이너 등을 활용해 수용자들을 최대한 분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1인 1실 분리가 이상적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한 방 수용자들을 한 팀으로 묶어 다른 팀과 동선이 절대 겹치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수장인 추 장관, 일절 사과 안 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 장관은 “전례없는 감염병의 장기화로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법무정책 전반에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적극 반영하여 주시라”는 당부만 전했다. 법무부는 추가 보도자료 통해 추 장관이 인천구치소와 수원구치소의 코로나19 대응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고 밝혔으나 여기에도 이번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입장은 담겨있지 않았다.

위은지 기자wizi@donga.com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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