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0개월간 의견조율도 못해
낙태행위 처벌 근거 아예 사라져
의료계 “임신 22주 넘으면 시술 거부”
국회가 법 개정을 미뤄 오던 낙태죄가 1일 효력을 상실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조항에 대한 대체입법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임신부의 결정에 맡기고, 이후 임신 24주까지는 질환, 성범죄, 사회·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 조건부로 허용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성계의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 등이 이어지면서 국회는 단일안 도출을 미뤄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해 12월 8일 연 낙태죄 개정안 관련 공청회조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으로 ‘반쪽짜리’로 진행돼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일부터는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낙태 행위를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사라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가 다른 쟁점들을 두고 대립을 계속하면서 낙태죄 개정안 논의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당내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일단 헌재가 낙태 한계선으로 권유한 임신 22주를 지난 경우 낙태 시술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우려가 크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의사의 낙태 시술 거부권을 명시해 하루빨리 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입법 공백이 이어지면 낙태를 원하는 임신부들이 음지로 내몰려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보건소에 위기 갈등 상황에 대비한 임신·출산 상담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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