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없이 반쪽출범 국수본…‘정인이’ 부실수사 비판에 호된 신고식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4일 16시 14분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찰법 시행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이 30년만에 서울경찰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2021.1.4/뉴스1 © News1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찰법 시행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이 30년만에 서울경찰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2021.1.4/뉴스1 © News1
경찰의 수사부서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새해 첫날인 1일 출범한 데 이어 4일 현판식을 했다. ‘국수본 출범’이 공식화한 것이다.

다만 수장이 아직 공석이라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6개월 영아 ‘정인이 ’이 부실 수사 논란이 확산돼 초대 국수본부장이 결정되더라도,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날(4일)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수본 현판식을 진행했다.

지난 1일 출범한 국수본의 주요 기능 사무실은 경찰청 본관과 북관에 자리잡고, 일부 기능 사무실은 외부 별관에 마련됐다. 경찰은 올해 시행된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국수본은 그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수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된다. FBI가 법무부 산하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인 국수본은 FBI와 조직체계가 다소 다르다.

그러나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수본의 영향력은 FBI에 비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년 뒤 국수본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다.

김창룡 청장은 국수본 현판식에서 “형사사법체계 개혁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지 않으며,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감받는 수사, 공정성과 책임성을 갖춘 전문수사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수본 출범은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 작업으로 꼽힌다. 경찰권을 확대하고 검찰권을 축소하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비대화를 개선하고자 정치권은 국수본 출범을 추진했다.

경찰청장의 기존 권한을 국수본부장과 나눠 경찰권을 분산하는 게 취지다. 국수본 출범으로 경찰청장은 테러·재난·집단사태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대신 국수본부장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국수본부장이 수사경찰의 업무를 총지휘하고, 경찰청장이 정보·청문·경비 등 국가경찰의 업무를 지휘하는 셈이다. 자치경찰 업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

이처럼 지휘 계통을 3갈래로 나눈 것은 경찰권 비대화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달리 말하면 국수본부장 없이 국수본 출범의 취지인 ‘경찰권 분산’을 실현할 수 없는 셈이다.

닻을 올린 국수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수본부장 공백을 그대로 둔 채 국수본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국수본 업무 특성상 본부장이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면 국수본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이 국수본부장을 대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리체제의 한계는 뚜렷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찰 안팎에서는 다음 달은 돼야 본부장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수십 일이 소요되는 국수본부장 공모가 지난 1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찰 계급 서열 2위인 ‘치안정감’까지 오르고, 현재는 퇴직해 법조계에서 활동하는 인사가 본부장 하마평에 오르지만 유력 후보를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가 연초부터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사총괄조직’ 국수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망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정인이’가 입양가족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신고를 3차례 접수했는데도 아이와 부모를 분리하지 않고 보호자의 말만 듣고 돌려보낸 바 있다.

경찰 지휘부로 활동했던 한 퇴직경찰은 “수사권 조정 원년을 맞은 올해 경찰이 수사를 잘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사 과정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구성원이 이제는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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