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이상 신고-상처 있을땐 부모 아동 분리’ 지침 모호해 보완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18시 10분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 몸에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즉시 부모와 아동 분리 조치한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아동 학대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도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키려면 2회 이상 신고, 상처 발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일선 경찰관과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모호하고 빈틈이 많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첫 신고 때부터 부모와의 분리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한번 학대 당할 때마다 발견돼서 바로 신고가 되는 게 아니다. 첫 번째 발견 때 이미 엄청난 학대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영유아 사망 사건의 경우 사망 후에야 학대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며 ”아동학대는 한 번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데 2번 발견해야 분리가 된다는 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아이 몸의 멍과 상흔을 확인해 학대 정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9월 3차례 신고 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와 함께 출동해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다리 마사지를 하다 멍이 생겼다”, “아토피 때문이다” 등 부모의 일방적 주장을 믿고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아동학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관들 공통적으로 섣불리 학대를 의심했다가 아닌 걸로 드러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이 아이를 데리고 의료진 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점도 문제다. 2019년 학대 피해로 분리된 아동은 3600여명에 이르지만 아동 쉼터는 전국에 72개소로 정원이 500여명에 불과하다. 공 대표는 “학대 피해 아동들에겐 잠잘 곳과 식사뿐 아니라 건강검진, 심리치료, 학업 지원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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