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5년 전 고시생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히려 자신이 폭행당할 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단체 대표는 “변명”이라며 박 후보자를 폭행하려 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15층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고시생 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반대다. 제가 폭행당할 뻔했다”고 답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음성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박 후보자가 2016년 11월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고시생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대표로 사건이 발생한 자리에 함께 있었다던 이종배 대표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의 주장은 자기 폭행을 물타기 하기 위한 변명”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일뿐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상황 얘기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소속 회원들은 법안 심사를 앞두고 박 후보자를 찾아갔다. 당산동 오피스텔도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목록을 토대로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입구에서 2인1조로 나뉘어 박 후보자를 기다렸고, 오후 10시쯤 한 입구로 박 후보자가 나타나자 2명의 회원이 무릎을 꿇고 사법시험 존치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후보자가 회원 중 한명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뒤, 보좌관으로 하여금 회원들 사진을 찍도록 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당시 다른 입구를 지키던 와중에 박 후보자가 왔다는 메시지를 보고 현장에 왔지만, 박 후보자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현장에 있던 회원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리가 고시생인데 의원을 폭행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당시 고소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고소를 했다가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고소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준비단 관계자는 “당시 박 후보자가 밤 10시쯤 귀가했는데 1층에서 대여섯명이 다가와 둘러쌌고, 일부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박 후보자가) 놀라서 ‘내 숙소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하니 멈칫하고, 멀리 있던 수행비서가 와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그제야 물러서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비서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혼자 사시는 곳에 이렇게 늦은 밤에 찾아오시면 어떡하냐’고 재차 항의했고, 당시 고시생들로부터 사과까지 받았다고 준비단 측은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과거 판사로 재직할 당시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행사한 취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제압하지 않고 얻어맞은 경찰관의 태도가 직무유기”라는 이유에서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08년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도 당시 상황과 관련해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취객의 난동을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모습이었다”며 “그렇다면 취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은 오히려 경찰관의 직무유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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