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성차별” 글 논란
시 “보건복지부 정보 글 그대로 가져온 것”
정의당 “기가 차고 참담, 시 변명은 더 가관”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두라. 즉석카레 등 인스턴트 음식을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툰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등을 준비해 두라. 남은 생필품 양을 체크해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임신출산정보센터가 만삭 임신부에게 주기별 정보라고 시민들에 제공한 내용이 뭇매를 맞고 있다. 정의당은 “성차별”이라며 “이게 할말이냐”고 분노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기가 차고 참담하다”며 “가사노동을 여성에게만 맡기는 성차별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남편 수발 드는 부속물로 바라보고 있다”며 “임신이라는 전혀 다른 경험으로 육체적·정신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에게 이게 할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가당치도 않은 서울시의 행동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차별행위”라며 “여성들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꾸릴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들 역시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정상 가족’만을 전제로 한 서울시는 이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차별적인 발언일 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등 여러 형태의 가족 구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대변인은 “서울시 변명은 더욱 가관”이라며 “보건복지부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서울시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잘못했다는 사과를 회피하기 위해 헌법이 정한 자치단체의 책임마저 부인하는 서울시의 변명이 가소롭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울시가 있다는데, 여성은 어디에 있나”라고 개탄했다.
앞서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2019년 6월 만들어진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들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성을 가사도우미 취급했다”, “임신·출산중 외모까지 신경쓰라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걸어두고 필요이상으로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체조를 거르고 싶을 때 쳐다보며 자극을 받도록 한다”, “머리띠를 준비해 한동안 감지 못하게 될 머리를 차분해 보이게 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만들어질 당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하며 문제가 된 내용들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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