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굿즈라니…추모 열기마저 이용한 팔이피플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6일 14시 34분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입양아 정인양 사망 사건을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챌린지와 무관한 글에 해시태그를 걸거나, 굿즈를 만들어 판매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했다.

굿즈 판매를 지적한 소비자에게는 “안 팔릴 걸요~ 무슨 그런 걱정을”이라고 대응해 온라인몰 운영을 중단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회이슈에 편승해 잇속을 채우는 일부 판매자의 행태를 두고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식당 홍보글에 #정인아 미안해…굿즈까지 등장

6일 오전 11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정인아미안해’ 챌린지 관련 글은 10만건을 넘어섰다.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는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죽음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동참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해시태그나 손글씨를 게시하는 참여활동이다. 정인양이 양부모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을 다룬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제안으로 시작했다.

이번 챌린지에 연예계부터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악용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식당·카페·네일샵 등 업체가 챌린지와 무관한 홍보성 게시글에 해시태그를 걸거나 챌린지를 이용해 굿즈를 판매한 것이다.

한 온라인 소품판매업체는 ‘정인아미안해’라는 문구를 넣은 휴대전화 케이스·쿠션·담요를 판매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수익은 기부하느냐”는 질문에 판매자가 “안 팔릴 걸요. 무슨 그런 걱정을. 만약 팔린다면 금액 다 기부할게요”라는 답변을 달아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적이 이어지자 판매자는 “챌린지를 많은 분께 알리고자 한 목적이었다”며 “사과드린다”는 사과 글을 올렸다. 그러나 해당 사과 글에도 상호와 함께 ‘#취미 #디자인 #붓펜글씨’와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누리꾼의 분노를 더했다. 현재 온라인 몰은 운영을 중단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앞서 한 음식점은 탕수육 사진과 가게 주소·전화번호를 소개하며 ‘#맛집 #감성 #소통 #셀카 #코로나물러가라 #정인아 미안해’와 같은 해시태그를 이모티콘과 함께 올렸다.

또 다른 술집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른 단축 영업을 안내하는 글에 ‘#단축영업 #거리두기 #정인아미안해 #술집 #맞팔해요’ 등 해시태그를 줄줄이 덧붙여 ‘추모 태그를 이렇게 사용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죽음을 돈벌이에 사용 안 돼” 자성 목소리

해시태그 홍보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세월호 사건 당시 온라인 추모나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도 일부 사용자가 관련이 없는 게시 글에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여러 종류를 다양하게 붙일수록 검색 빈도를 높일 수 있어 홍보에 자주 활용한다. 그러나 이번 챌린지와 같이 아동학대 사각지대와 입양 제도를 포함해 사회 전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악용 사례가 늘어날수록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이어지자 온라인에서는 “챌린지 의도는 좋지만,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을 유행과 돈벌이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건을 제대로 보고 나면 저런 행동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악의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와중, ‘정인아 미안해’ 굿즈가 등장했다. 죽음을 패션으로 만드는 세상이다”라며 “‘스마트폰 블랙 (무광/유광)’, ‘사틴 원단’ 따위의 제품 설명이 상스러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불편함일까”라는 글과 함께 상품 사진을 게시했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후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골절과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어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입양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학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인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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