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첫해 ‘정인이 부실수사’ 논란…경찰 “겸허히 반성”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6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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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유기, 방임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2021.1.6 © News1
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유기, 방임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2021.1.6 © News1
“76년 경찰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올해,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서 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현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찰권이 확대되는 수사권 조정의 원년인 올해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섰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정초부터 경찰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연말 이용구 법무부 차관 폭행사건에 이어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망 사건이 더해지면서 ‘부실 수사 논란’에 휩쌓였기 때문이다.

경찰청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스스로 국민에게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며 “무거워진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려면 역량과 실력이 가장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인이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일선 현장은 어려운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기에 만만치 않다”고 하면서도 “아동·장애인·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이러한 판단과 결정이 특히 더 세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공론화에 기여한 경찰 원로로 꼽힌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에 수사권 조정을 이뤘지만 수사에 관해 경찰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더 커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인이 사건 피해자는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영아였다는 점에서, 또 3차례에 걸친 신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판단이 더 아쉬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인양 사연이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재조명되자 애도와 공분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서울 양천경찰서는 정인양이 입양 가족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신고를 지난해 3차례 접수했는데도 아이와 부모를 분리하지 않고 보호자의 말만 듣고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직 경찰 관계자는 “사건처리가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학대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할 경우 경찰이 민원과 법적소송을 감수해야 하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 다른 관계자는 “현장조치가 합리적 판단과 업무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지 않는 등 면책 규정을 포함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고 대응과 담당관 확충 관련 제도개선 방안뿐만 아니라 담당자 문책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경찰청은 앞서 지난해 12월 양천경찰서 소속 담당 경찰관 12명에 대해 ‘주의’ ‘경고’ ‘인사조치’ 등의 징계를 내린다고 했으나 ‘솜방망이 처분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학대 예방책을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국가수사본부 출범이나 수사권 강화와 관련해 ‘피해자 중심의 책임수사’를 강조해왔지만, 현장에서는 피상적인 개념에 머물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안”이라며 “학대 예방책을 실현할 수 있는 동기부여나 조직문화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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