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밤을 꼴딱 새웠어요. 서울에서 부산에 갔다가 다시 서울에 온 거랑 같은 시간이 걸렸어요.”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1)는 6일 저녁 퇴근길만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직장에서 퇴근하며 셔틀버스에 올랐던 그는 다음날인 7일 오전 5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도착했다. 평소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1시간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셔틀버스는 원래 서울 지하철2호선 사당역과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오후 7시 반쯤 신림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날은 저녁 9시 가까이 돼도 사당역조차 닿지 못했다. 결국 많은 직원들은 서초IC 인근에서 하차를 선택했다. 김 씨는 ”집이 서초구에서 멀어 셔틀버스를 그대로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판이었다“며 ”평소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에 집에 도착해 7일 도저히 출근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를 비롯한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6일 폭설로 최악의 퇴근길을 경험했다. 특히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고초를 겪었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남단 등이 눈에 제때 치워지지 않아 큰 정체를 빚는 바람에 아예 회항을 결정한 버스들도 있었다.
폭설로 움직이지 못하는 버스를 시민들이 내려 밀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경 406번 시내버스는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경사 길을 오르지 못해 서울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 얼마 못 가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5, 6명이 내려 밀기도 했다. 406번 등 6개 노선버스를 운영하는 도선여객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곳곳에서 차량이 멈추거나 지체됐다“며 ”노선 한 바퀴를 도는데 5시간 이상 걸려 오후 9시부터는 10대가 운행을 멈췄다“고 말했다.
눈에 막혀 차를 길에 세워 놓고 떠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저녁 ‘서초구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스포츠카를 버려둔 채 운전자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남대로에는 후륜구동이라 눈길에 약한 외제차들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올림픽대로에서 차에 4시간 갇혀 있었다’ ‘7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10시 넘어 도착했다’는 글들도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