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로서 4시간 갇혔는데… 제설 인력은 오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8일 03시 00분


서울시, 예고된 폭설에도 늑장 논란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관들이 빙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승용차를 밀고 있다. 기상청의 폭설 예보에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때 제설작업에 나서지 않아 6일과 7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관들이 빙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승용차를 밀고 있다. 기상청의 폭설 예보에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때 제설작업에 나서지 않아 6일과 7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왜 (눈을 치우는) 공무원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죠?”

6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초구 신원지하차도.

왕복 4차선 도로는 차량 100여 대가 몇 시간째 눈이 내려앉아 얼어붙은 길을 오도 가도 못한 채 멈춰 있었다. 3시간 이상 고립됐던 운전자 1명은 차의 전기까지 방전돼 난방이 꺼지며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하는 위급한 상황.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인근에 도착했지만 차량에 막혀 눈길을 뛰어가 운전자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 현장에는 서울시 제설차량도, 담당 공무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구조대 29명은 차량들을 뒤에서 손으로 밀어가며 차들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도로 위에 차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뒤 약 4시간 만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눈이 쌓인 데다 도로가 결빙돼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전했다.

○ 정부와 지자체의 총체적 부실 대응

이날 폭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6일 오전 11시 수도권의 예상 적설량을 3∼10cm로 예보했다. 10분 뒤 서울 지역을 특정해 대설특보를 내리겠다는 ‘예비특보’도 발표했다. 심지어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 1시 20분경 서울시 도로관리과 등 제설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대비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상청 예보가 5시간이 지난 오후 4시경에야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를 내렸다. 제설차량도 준비했으나 시내 33곳에 위치한 대기소로 보내고, 결빙 위험 도로에는 미리 대기시키지 않았다. 오후 6시 반경부터 제설차량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심 주요 도로는 정체가 빚어진 뒤였다. 결국 제설차량은 비교적 눈이 적게 내린 강북 지역에선 작업을 진행했으나, 피해가 막심했던 강남 지역은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6일 눈이 1∼4cm 온다고 발표해 기준에 맞춰 대응한 것”이라며 “예보보다 눈이 많이 내려서 제설 과정에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도 서초구와 강남구 지역에 6일 오후 9시부터 추가 인원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로는 완전히 얼어붙어 차량은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폭설을 확인한 뒤에 주요 경찰서 교통 담당 인력 50%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겨울 제설작업 체계를 가동 중이었지만 폭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1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제설작업 준비체계 가동을 위한 점검회의를 가졌다. 이후 도로 제설작업을 상시적으로 진행했지만, 정작 폭설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 “119에 신고해도 해결책 없다고 해”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6일 오후부터 7일 오전까지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를 관할하는 강남·방배·수서 경찰서에는 폭설 관련 신고만 850여 건이 밀려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경부터 청담대교와 반포대교 등에서 폭설 관련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며 “경찰차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모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해는 시민들이 온전히 떠안았다. 6일 오후 8시경 경기 성남의 한 도로에서 11시간 동안 멈춰 있었던 택배기사 이효섭 씨(34)는 “눈 속에 혼자 갇혀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112와 119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에서 견인차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6일 오후 차량 견인 요청이 100건 넘게 들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을 못 하니 민간업체까지 찾은 건데 우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설작업은 7일 오전에도 마무리되지 않아 시민들이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내 구간은 오후에도 정체가 이어졌다.

강남구 청담사거리에선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택시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에서 신호 대기 중인 택시 1대가 미끄러져 앞 택시에 부딪쳤다. 사고를 낸 택시 기사 A 씨(66)는 “아침까지도 제설작업 상태가 완전히 엉망이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6일 오후 폭설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다가 7일 오전 6시 46분경 도로 결빙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처음으로 보냈다.

지민구 warum@donga.com·박창규·김태성 기자
#제설인력#서울#도로#부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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