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망하란 소리” “겨우 숨통 트이는 기분”…실내체육시설 희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8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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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을 허락하면 뭐합니까. 회원 700명 중에 학생은 겨우 2명뿐인데요.”

8일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160평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센터.

넓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고 있는 회원은 단 2명. 하지만 정부가 허용한 조건인 ‘동시간대 9인 이하’는 맞았지만 ‘교습 대상인 아동·학생’은 아니었다. 5일부터 방역지침 항의 차원에서 ‘오픈 시위’에 동참했던 이곳은 지금도 방역지침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업주 A 씨는 “오전에 방문한 손님이 15명인데 모두 성인들”이라며 “이런다고 영업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항의 차원에서 계속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피트니스센터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업종별 집합 금지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는 8일부터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조건부로 운영을 허용했다. 정부는 “동시간대 9인 이하 아동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습”일 때만 운영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8일 수도권 실내체육시설 20곳을 둘러본 결과, 현장 반응은 업종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아동이나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당구장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은 “힘든 자영업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개하는 분위기가 물씬했다. 반면 줄넘기교실이나 실내수영장 등 어린이 회원이 적지 않은 업종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눈치였다.

경기 안양시 평촌동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이모 씨(38)는 “우리 센터는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 있어도 ‘퍼스널트레이닝(PT)’를 받는 학생은 단 1명뿐이다”며 “방역수칙을 지키려면 그냥 망하란 소리”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최현구 씨(25)도 “피트니스센터에 학생이 오겠느냐 어린이가 오겠느냐. 누구나 아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는 척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측은 “체육시설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갈라치기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구장이나 탁구장 등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유모 씨(42)는 “11년째 장사하지만 학생 손님은 일주일에 많아야 5명 정도”라고 한숨지었다. 서대문구의 탁구장 사장 B 씨는 “일단 문을 열었는데 외모만 봐서 구분이 안 갈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생인 줄 알고 받았다가 아니면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줄넘기교실이나 수영장 등은 서둘러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스포츠교실은 당장 오늘부터 운동 수업을 재개했다. 교실 측은 “3, 4명의 소수 인원으로 조를 짜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영업하겠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 줄넘기교실을 하는 C 씨는 “어제 정부 발표가 나오니 바로 등록 문의가 오더라. 오늘 3시부터 시간당 7~9명씩 수업을 잡았다”며 “월세를 은행 대출을 받아 내는 지경이었는데 겨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했다.

8일 들러본 노원구의 한 수영장도 한달 넘게 덮어두었던 풀 천막을 걷어내고 물을 채우며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던 원장은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학부모들의 수영교습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늦어도 다음주부터 영업을 시작하려고 서둘러 청소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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