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체육시설 조건부 운영 허용 첫날
성인 위주 피트니스-당구장 썰렁… “우리와 관계없는 조치” 목청 높여
줄넘기교실엔 아이들 수업 재개… “대출 안 받아도 돼 숨통 트여” 안도
수영장도 물 채우며 개장 준비
“운영을 허락하면 뭐 합니까. 회원 700명 중에 학생은 겨우 2명뿐인데요.”
8일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530m²(약 160평)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센터.
넓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고 있는 회원은 단 2명. 정부가 허용한 조건인 ‘동시간대 9인 이하’는 맞았지만 ‘교습 대상인 아동·학생’은 아니었다. 5일부터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오픈 시위’에 동참했던 업주 A 씨는 “이용자 연령보다 방역수칙 준수 여부가 더 중요하다. 시위 차원에서 성인들도 올 수 있게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피트니스센터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업종별 집합금지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는 8일부터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조건부로 운영을 허용했다. 정부는 “동시간대 9인 이하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습”일 때만 운영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8일 수도권 실내체육시설 20곳을 둘러본 결과, 현장 반응은 업종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아동이나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당구장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은 “힘든 자영업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개하는 분위기가 물씬했다. 반면 줄넘기교실이나 실내수영장 등 어린이 회원이 적지 않은 업종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눈치였다.
경기 안양시 평촌동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이모 씨(38)는 “우리 센터는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 있어도 교습이라 할 수 있는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학생은 손에 꼽는다”며 “방역수칙을 지키라는 건 그냥 망하란 소리”라고 말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측은 “체육시설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구장이나 탁구장 등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유모 씨(42)는 “11년째 장사하지만 학생 손님은 일주일에 많아야 5명 정도”라고 한숨지었다. 서대문구의 탁구장 사장 B 씨는 “손님들 외모만 봐선 학생인지 구분이 안 간다. 학생인 줄 알고 받았다가 아니면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줄넘기교실이나 수영장 등은 서둘러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정부 발표 뒤 곧장 수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스포츠교실은 “3, 4명의 소수 인원으로 조를 짜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영업하겠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 줄넘기교실을 하는 C 씨는 “어제 정부 발표가 나오니 바로 등록 문의가 오더라. 오늘 오후 3시부터 시간당 7∼9명씩 수업을 잡았다”며 “월세를 은행 대출 받아 내는 지경이었는데 겨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했다.
8일 들러본 노원구의 한 수영장도 한 달 넘게 비워뒀던 풀에 물을 새로 채우며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던 원장은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학부모들의 교습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늦어도 다음 주부터 영업을 시작하려고 서둘러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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