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피해아동 조사땐 가해자와 분리, 경찰에 학대자 주거지 출입 허용
아동학대치사죄 형량 강화… 학대부모와 즉시 분리는 제외
여야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과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 등 일명 ‘정인이법’을 처리했다. 다만 학대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하거나 아동학대치사죄 형량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은 전문가 및 현장과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최종 본회의 통과 법안에서는 제외됐다.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긴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9개 법안을 병합 심사한 위원회 대안이다. 개정안은 신고의무자(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 등)가 아동학대를 신고할 경우 즉시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이어졌지만 경찰에서 내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한 보완책이다. 아울러 개정안은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추가했으며, 아동학대 제지 등 응급조치 시 가해자의 주거지나 자동차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가해자와 피해 아동은 분리해 조사하도록 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진술 및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등에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경찰관과 전담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벌금형 상한을 현행 1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였다.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응급조치 기간을 48시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7개 법안을 병합 심사한 민법 일부개정안은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을 삭제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번 사태 직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은 2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이 2회 이상 현장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 아동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해 학대행위자와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 아동학대자에 대한 형량 강화 방안 등은 여야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오히려 아동학대 범죄를 은폐할 수 있고 법원 심리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상담 비용을 부과시키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특정강력범죄에 아동학대범죄를 추가하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 개정안’ 등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가로 더 논의를 거친 뒤 보완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태 직후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쏟아낸 것을 두고 ‘졸속 입법’이 오히려 아동학대 피해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아동 강제 분리 법안이) 쉼터 시설이 제한된 상황에서 위급 상황의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학대 형량만 강화할 경우도 이에 걸맞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고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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