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니 사건을 봐서 충분히 (승소가) 가능하다고 봤다. 오늘 재판장이 조금 다른 식으로 표현했는데 결국은 페리니 사건이다.”
8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원고 측의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페리니 사건을 국가면제 예외의 논거로 들었다.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강행규범을 위반한 국제범죄는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2012년 “독일의 국가면제는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ICJ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법을 만들었으나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는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시 위헌 결정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탈리아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단과 유사한 판단을 한 것이다.
반면 한국 대법원이 11 대 2의 다수 의견으로 2018년 10월 일본제철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을 당시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은 ICJ의 결정문을 인용했다. 판결문을 통해 이들은 “국제법상 전후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주권국가가 외국과 교섭해 자국 국민의 이익 등에 관한 사항을 국가 간 조약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했다면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논의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페리니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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