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모델링 결과 하루 환자 1주뒤 580명, 2주뒤 470명
수도권 2.5단계 장기화 헬스장 등 집합금지시설 한계
거리두기와 별개 다중이용시설 운영 단계 허용 전망
정부 "생활방역 가동 지역 감염→3차 유행, 반면교사"
전문가 "확진자 수 따른 거리두기 정하는 것 부적합"
"거리두기 완화 시 설 고비…올 겨울엔 딜레마 계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확산세가 지금처럼 감소하더라도 1~2주 뒤 하루 환자 규모는 470~580명 수준일 거란 수학적 예측이 나왔다.
오는 17일이면 41일간 이어온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연말부터 적용한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끝나 이후 방역 조치를 놓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루 1000명대였던 유행 정점보다 감소한 건 분명하지만 지역사회에 감염원이 산발해 있고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 장기화로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는 헬스장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은 거리 두기와 상관 없이 위험도에 따라 방역 수칙 준수를 전제로 운영이 확대될 전망이다. 대신 3차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약속·모임 등 개인 간 접촉을 통한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기온이 올라 실외 활동이 가능해지기 전인 이번 겨울 동안은 방역 강약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현재 행동 변화 상태를 유지할 경우 하루 확진자 수는 1주 뒤 약 580명, 2주 후 약 470명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행동 변화를 고려한 수리 모델(SEIQR)을 사용해 이 같이 예측했다. 비감염자이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인구 집단(감수성군)을 행동 수준별로 나누고 바이러스에 노출(E)시켜 감염 전파(I), 격리 치료(Q), 회복(R)되는 과정으로 확진자 수를 계산했다.
단 8월 재확산 시기 생활방역 정도로 행동변화가 느슨해지면 4주 뒤에는 1960명까지 발생할 수 있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정도까지 고삐를 조이면 90명까지도 줄어들 수 있는 게 현재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가 추정한 전국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0.77로, 방역당국이 예측한 최근 1주(3일~9일) 0.88보다 낮다. 감염 재생산 지수는 한 사람의 감염자를 통해 추가 감염되는 사람들의 평균으로 1보다 작으면 질병을 옮기는 사람이 1명 미만이기 때문에 억제되거나 감소하지만 1을 넘으면 환자 수는 급속도로 증가한다.
정부는 41일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를 통한 목표로 하루 평균 400~500명 이하를 제시했다. 400~500명은 전국 2.5단계를 검토해야 하는 지표로 그 이하 2단계 수준인 300명대까지는 떨어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가적인 방역 강화 조처나 국민들의 방역 수칙 실천 정도가 지금과 같다고 가정했을 때 거리 두기 연장 시한 전인 오는 15일에도 580명, 이후인 22일에도 470명으로 여전히 2.5단계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과 별도로 집합금지가 내려진 다중이용시설들에 대해선 위험도를 재평가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17일 이후에는 운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학원 등 일반관리시설은 물론 중점관리시설 가운데 노래연습장에 대해서도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집합금지 장기화로 생계 곤란 등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늘고 있어 운영을 더 제한하기 어렵고, 3차 유행이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대규모 감염보다 약속·모임 등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일어나고 있어 운영 제한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 하루 400~500명대 환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시설 운영 재개가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추석 직후였던 지난해 10월12일 정부는 국내 발생 하루 50명 미만 등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 상태(9월27일~10월10일 59.4명, 감염 경로 조사 중 비율 19%, 방역망 내 관리 비율 80% 미만 등)에서 거리 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리고 거리 두기를 내리기가 무섭게 소비 할인권(쿠폰) 지원 사업을 재개했다.
거리 두기 완화 한달여가 지난 11월 중순 이후 국내 유행 상황이 어땠는지, 그 결과는 지금 현재 진행중이고 정부도 실책을 인정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0일 “여러 고민이 함께 공존하는 게, 현재 집합금지가 적용되고 있는 시설들은 다중이용시설들 중에서도 방역적인 위험성이 큰 시설들이었다”며 “11월 3차 유행의 초반기에서는 이들 시설에서 다수의 집단감염들이 발생했던 영역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10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영업 운영을 보장하는 생활방역체계를 가동했을 때 결국 지역사회 감염이 넓게 퍼지면서 11월부터 3차 유행이 촉발됐다는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되는 또 다른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하루 확진자 수만으로 거리 두기를 일괄 적용하는 기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0명이 1000명보다는 완만하게 감소한 추세인 건 맞다”면서도 “추위 때문에 인구 이동이 줄어 유행이 줄 수도 있지만 날씨가 추워 사람들이 실내에 모여서 식사하는 등 실내 밀집도가 올라가고 추위 때문에 환기가 안 되면서 가정 내 실내 감염 전파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숫자 너머를 봐야 한다”며 “교회나 BTJ열방센터나 요양병원 등 여전히 어디서든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3차 유행 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조정 기준이) 환자 수로 돼 있었는데 환자 기준선은 유행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명수를 기준으로 정하는 건 부적합하다”며 “유행이 증가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조정할 수 있도록 거리 두기 기준 상향과 하향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이후 집합금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위험도별 방역 수위 조정은 유행 상황에 따른 방역 강약 조절의 한 형태다. 백신 접종을 시작해 고위험군을 충분히 보호하고 실외 활동이 늘어나기 전까지인 이번 겨울 내내, 이런 방역 대응이 계속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재훈 교수는 “3차 유행을 막지 못하고 확산이 정리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진행한 나라들이 많은 것을 보면 유행이 감소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환자 수가) 좀 더 감소해서 400명, 300명 선에 도달한다면 다시 유행이 올라올 때까지 2~3주 정도가 걸릴 것이다. 국민들이 1주만 더 노력해 시간을 벌어주시면 백신 예방접종으로 고위험 인구 보호가 가능해져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빨리 올려야 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확진자 규모가 감소 추세에 있고 400~500명 선까지 도달한다면 단계별로 천천히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천천히 방역 수위를 조정하되 방역 수준을 내리다가 (유행 규모가) 올라가면 다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2월 초 설 연휴(2월12일)에 민족 대이동이 있기 때문에 또 한번의 고비가 남아 있다”며 “3차 유행이 정점을 찍고 쭉 내려가 봄까지 가는 게 희망사항이지만 자칫 설 연휴를 계기로 피크(정점)가 올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2.5단계에 연말연시 특별방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여태까지 거리 두기를 한 것 중에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찍 3단계나 록다운(lockdown, 움직임 제재) 등 어떻게든 (확산세를) 잡은 다음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피해가 적은데 지금은 벚꽃이 피기 전까지는 계속 딜레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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