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온라인에선 눈사람을 파괴한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비약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수 이적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눈사람을 파괴한 남자친구와 그 모습을 지켜본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올렸다. 이적은 실제 일어난 일인지 여부를 적지 않았다.
이적은 “A 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라면서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 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 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고 썼다.
그러면서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며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 눈이 와주었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적의 글 외에도 최근 온라인에선 눈사람을 파괴한 행동과 관련한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대전 동구 용문동에 자리한 A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 형태를 한 눈사람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 관계자는 엘사 눈사람을 파괴하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관계자는 “뺨을 찰지게 날리신다. 그만큼 제가 잘 만들었다고 믿는다”면서 “(이제) 엘사 (눈사람) 없다. 날 추운데 헛걸음하지 마시라”고 알렸다.
“태도는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애들 엄청 부수고 다니는데”
눈사람을 파괴한 행동을 두고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amy****은 “‘태도는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각난다”면서 “저도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쉽게 내뱉는 말 몇 마디보다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판단하게 되더라”고 적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gan****은 “손이 얼 것 같은 추위에도 누군가 애써 만들어 놓았다는 것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한다”고 지적하면서 “그것을 망각한 아주 배려 없고 공감 능력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 없지만,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는 시그널이 있다”며 “파괴 본능과 폭력성, 그건 대상만 바뀔 뿐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썼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nuj****은 “누군가에게 소중할 무언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뜨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별로”라고 했다.
반면, 눈사람을 파괴하는 행동만 보고 한 사람의 인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mar****은 “(게임) GTA 하면서 웃으면 데이트 폭력?”이라고 했고, 가a나****은 “동물 학대는 비약”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오우무****은 “눈사람 한 번도 부숴본 적 없나요? 사람들, 특히 애들 엄청나게 부수고 다니는데….”라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콜린퍼****은 “자기가 만들었던 건 괜찮은데, 남이, 특히 애들이 만들어 놓은 거에 킥 날리는 인간은 욕 나올 듯해요”라고 썼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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