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양식을 하고 있는데, 올해 같은 추위는 처음입니다. 2년여 의 노력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네요.”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숭어를 키우는 홍순옥 씨(68)는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북극발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파는 홍 씨가 숭어를 키우던 2만4700여 ㎡의 양식장을 한순간에 빙판으로 바꿔놓았다. 두껍게 언 얼음 밑으로는 동사한 숭어가 가득했다.
이번 한파로 폐사한 숭어 10만여 마리는 2019년 5월경 부화시켜 1년 7개월 정도 것들이다. 올해 12월 출하를 앞두고 지난 시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홍 씨는 “2005년에도 큰 피해를 봤는데 당시에는 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보상이라도 받았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이번 한파로 인한 농수축산물의 피해는 전남과 전북에 집중됐다. 전북에서는 숭어 37t이 폐사했다. 전남 무안에서도 숭어 1만 마리가 동사했다. 전북 진안의 한 농가에서 염소 15마리가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어민들은 한파 피해를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최근 돔 양식장 5곳을 수심이 깊은 바다로 옮겼다. 여수시 관계자는 “돔은 수온이 차가워지만 특히 약하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일부 돔 양식장이 양식시설을 깊은 바다로 옮긴다”고 말했다.
시설채소 피해도 잇따랐다. 전북에서는 감자와 고추, 깨 등 농경기 139.9㏊가 냉해 피해를 봤다. 김제지역의 감자(96㏊)가 큰 피해를 봤다. 전남에서는 구례군 용방면 시설하우스 재배농가 20곳에서 감자 7㏊에 냉해피해를 입었다. 고추와 딸기를 키우는 농가에서도 0.4㏊가 냉해를 입어 농산물을 수확할 수 없게 됐다. 충남에서도 6일 시작된 한파로 딸기·고추 재배농가 4곳에서 비닐하우스 19개 동이 냉해를 입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한파로 경전철이 멈춰 섰다. 용인경전철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20분경 기흥역을 출발해 에버랜드 방면으로 가던 열차 1대가 어정역 부근 선로에서 제동장치 고장으로 6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당시 열차에는 50여 명의 인원이 타고 있었고, 부상당한 승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전철 측은 해당 열차를 수동운전으로 전환하고 인근 어정역까지 운행한 뒤 승객들이 후속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경전철 관계자는 “한파가 길게 이어져 기계고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용인경전철은 6일 저녁 쏟아진 폭설로 오후 9시반 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운행이 중단됐다.
강추위가 이어지며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8일 인천과 서울 등에서 7만8083 가구가 일시정전 돼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수도계량기 동파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6일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전국에서 수도계량기 7207건, 수도관 314건 등 모두 7521건의 동파피해가 보고 됐다. 올겨울 들어 신고된 동파 피해 8241건 가운데 91%가 이번 한파에서 비롯됐다.
고창=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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