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 옥동 軍부대에 도서관 건립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2일 03시 00분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 남구 옥동 옛 울주군청 맞은편에 있는 군부대. 울산시와 국방부 간에 군부대 이전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이곳에 들어설 시설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향토방위를 위해 이곳에 군부대가 들어선 것은 울산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한 1960년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고층 아파트가 부대를 에워싸면서 보안 문제 등으로 외곽 이전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옥동 군부대 부지 불하 사기 사건’도 수시로 발생했다.

울산시와 국방부는 2018년부터 이전 협상을 벌여 울주군 청량읍 일대를 부대 이전 후보지로 최근 선정했다. 이전 시점은 2025년 12월. 울산시는 부대가 이전하면 10만 m²의 부지에 공원, 도로 등 공공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문제는 부지 일부를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하는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1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군부대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민간에 아파트 건설 부지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벌써 “군부대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울산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민간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울산시의회 손종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옥동 군부대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면 이전 혜택을 주민이 아닌 민간이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 예술 체육 복지 집회 등의 종합적인 기능을 갖춘 주민편의시설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편의시설의 하나로 도서관도 거론되고 있다. 2018년 4월 남구 여천동에 개관한 울산시립도서관은 시내버스 노선이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 등 자가용이 없는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있어 악취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옥동 군부대 부지 주변에는 학교가 밀집돼 있고, 시내버스 노선이 많아 접근성이 좋다.

울산시립도서관 건립이 여의치 않다면 현재 군부대 옆에 있는 울산남부도서관을 이곳으로 이전해 다시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89년 문을 연 울산남부도서관은 시설 노후화가 심해 재건축 요건도 갖추고 있다.

이 도서관은 또 1988년 12월 공포된 ‘울산시립도서관 설치 조례’에 근거해 건립됐기 때문에 울산시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군부대 부지 이전 사업비 확보와 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 확충을 놓고 울산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이란 슬로건을 내건 울산시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초미의 관심사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동서남북#도서관#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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