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아 대규모 피해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및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들 총 11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및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였고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재판부가 2년동안 심리한 결과 CMIT 및 MIT 살균제는 유죄판결을 받은 PHMG 등과는 성분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로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적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준 교수 및 연구진, 환경부, 시민단체 및 검사들께 모두 감사하고 피고인들과 변호사들 모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 등은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원료 물질인 CMIT와 MIT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97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을 받는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2002~2011년 제조·판매한 해당 제품은 ‘가습기 메이트’로 옥시에 이어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제품과 관련해서는 이미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원료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환경부가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제출한 데 이어 피해자 단체가 고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 끝에 2019년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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