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저자가 퇴직 후 201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쓰고 그린 시와 유화를 딸인 동덕여대 관현악과 음악학 전공 나주리 교수가 묶은 시화집이다. ‘음악학자로 성장한 딸의 반주에 엄마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다.
저자는 어린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면서 학교 구석구석을 그림과 장식으로 단장하는 일을 도맡았다. 퇴임하자마자 교편을 쥔 데다 자녀를 키우느라 미뤄뒀던 그림 그리기를 열심히, 즐겁게 하면서 글쓰기를 벗 삼았다.
이 책은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고 순응하고자 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홀로 마주했던 삶에 대한 심상들을 시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따듯한 마음과 말을 건네는 듯하다. 이로 인해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매일 한 뼘 더 가까워지길 응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는 시를 쓰고자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삶과 자연과 일상과 사람을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하며 편안히 적어내린 글로 읽힌다.
스페인문학 전문가인 신정환 한국외국어대 부총장은 “시와 그림에 한없는 그리움의 시선이 오간다. 그 대상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누나 동생이고 잔디를 어루만지던 맑은 햇살이며, 초가 돌담 밑에서 소꿉놀이하며 함박웃음 짓던 저자 자신”이라고 풀이한다.
미술평론가인 임산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소음의 생각을 비운 명상 끝의 포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금 마음의 순수한 설렘으로 일상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다”라고 평했다.
‘∼길가는 사람들을/하얀 마음으로/쳐다보고’ 있는 ‘하얀 꽃’(시 ‘하얀 마음으로 쳐다보는 하얀 꽃’ 중)에 저자가 겹친다. 김진아 홍익대 독문학과 교수는 “자연, 삶, 세상을 진솔하게 ‘하얀 마음’으로 바라본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는 스스로 하얀 꽃이 되었다”고 본다. 온화한 분위기, 점잖고 단아한 기품, 고적함 속의 평화로움이다. 책의 수익금은 소아 혈액암 환우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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