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친 양부 안모씨가 탄 차량이 나오자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첫 재판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오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 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 안 씨는 이날 법원 업무 시작 전 취재진을 피해 법원에 미리 도착했다. 법원은 신변보호조치를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행하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안 씨가 1시간가량 일찍 법원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 수의를 입은 장 씨는 이날 오전 10시35분경 법정에 출석했다.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시민들이 호송차량에 눈덩이를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재판은 법원 청사 내 마련된 중계법정 2곳에서 생중계됐다. 법원이 앞서 사전 전자추첨으로 배부한 방청권 경쟁률은 약 16대1이었다.
장 씨는 생년월일과 직업, 주소 등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이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안 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무직”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다니던 직장해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양모 장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량을 향해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후 재판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다만 양부모 측 변호인이 “머리가 찢기게 한 것은 맞지만 학대하려는 의도로 한 건 아니다”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자 방청 중이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시민도 있었다.
장 씨는 오전 11시18분경 구속 피고인들이 이용하는 법정 내 문을 통해 나갔다. 그가 퇴청하려고 하자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한 시민은 장 씨를 향해 “이 악마 같은 X야. 율하(정인양 입양 후 이름)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그는 법원 직원들의 제지로 퇴장했다.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모씨가 탄 차량이 나오자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안 씨가 퇴장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그가 갈색 패딩 모자를 눌러쓰고 법원 직원들과 함께 나오자 출입구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살인자” “사형”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법원 직원들이 “이제 그만 귀가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민들은 “얼굴도 못 봤는데 어떻게 가느냐. 빨리 나와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가 탄 차량이 나오자 앞을 막아서고, 발길질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장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사망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회 결과 및 피고인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결과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살인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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