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치료제(제품명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 악화 비율을 절반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 참가자 수가 적고 중환자 대상이 아니어서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셀트리온은 이날 대한약학회 주최 학술대회 ‘2021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확진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렉키로나주 투약군의 중증 발생률은 가짜약이 투여된 위약군보다 54% 낮았다. 특히 입원이 필요한 50세 이상 중등증 확진자가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은 68% 낮아졌다. 또 렉키로나주는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없어지는 기간을 평균 3.4일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중등증 확진자의 회복 기간은 6.4일 줄였다. 셀트리온은 중대한 이상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임상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임상에 참여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0대 이상 고위험군 또는 폐렴 등 중등증 환자의 입원 기간이 줄면서 병상, 인력 등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임상 대상의 규모가 작은 것은 한계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건부 허가’ 여부를 심사 중이다. 검증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 2월 중 첫 국산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치료제, 50세 이상 중증진행 위험 최대 68% 줄여”
[코로나19]임상 2상 결과 공개
회복기간도 평균 3.4일 감소 美릴리와 같은 항체치료제… 세포배양 통해 대량생산 유리 식약처 “조건부 허가여부 심사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하는 비율을 현저히 낮춤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코드명 CT-P59)’의 임상 2상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대한약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 ‘2021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에서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것이 유력한 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 2상에는 한국을 비롯해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307명이 참가했다. 이 중 폐렴 등 중등증 환자의 비율은 약 60%였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렉키로나주를 투여한 확진자의 중증 환자(투약군) 발생률은 4%에 불과했다. 식염수로 만들어진 가짜 약이 투여된 위약군(8.7%)의 중증 발생 비율보다 절반가량(54%) 낮은 수치다. 또 50세 이상에서 입원이 필요한 중등증 확진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될 가능성도 68% 낮아졌다. 중증 환자는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 부착이 필요한 상태다. 렉키로나주는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사라지는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냈다. 평균 회복 기간이 3.4일 줄었고,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는 절반가량(6.4일) 단축됐다.
렉키로나주는 90분 동안 정맥에 투여하는 주사제다.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해 재조합하는 방식이다. 세포 배양을 거치기 때문에 혈장치료제 등에 비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렉키로나주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12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주가 릴리, 리제네론 등 기존 해외의 항체치료제와 효과가 비슷하거나 우수하다는 의견이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존 항체치료제인 릴리, 리제네론과 타깃군이 유사했는데 경증은 물론이고 중등증까지 동등 이상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증 환자의 증상 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증상이 시작하고 7일 이내의 경증과 중등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일단 염증 등으로 증상이 악화된 후에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선 입원 환자 3000명에게 릴리 치료제를 투입하려다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중단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의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류왕식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항체치료제가 경증 환자의 입원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판매·허가를 내주고 3상을 진행하는 제도다. 셀트리온은 조건부 허가를 전제로 코로나19 확진자 약 10만 명이 치료받을 수 있는 초기 물량 생산을 이미 마쳤고, 최대 200만 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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