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차량이 먼저 진입하고 이후 보행자가 들어와 사고가 났더라도,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택시기사인 권씨는 2019년 4월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7세 어린이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다리 부상을 입게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사고는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진입을 시도하기 전 권씨의 차가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해 진행하던 중 갑자기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와 충돌해 발생한 것”이라며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앞에서의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전에 횡단보도에 진입한 권씨의 일시정지의무가 그대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
반면 2심은 “교통사고 현장의 횡단보도는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권씨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차를 운행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 때문에 횡단보도의 진입부분에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권씨는 차량을 일시정지해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차할 수 있도록 차량의 속도를 더욱 줄여 진행했어야 한다”며 “권씨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1심을 파기하고 1심 재판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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