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와 관련 ‘부실수사’ 지적을 받고 있는 경찰은 18일 “가능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성추행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법원에서 내린 판단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판결 이후 불거진 부실수사 지적에 대해서는 “20여명의 참고인 조사와 대질조사, 기각되긴 했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포렌식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정적이라고 판단했던 포렌식이 시행되지 못했고, 사건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박 전 시장) 진술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작용했다”며 “검찰 송치시 결론을 내리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법원에서 성추행을 인정한 근거로 이용된 문자메시지를 두고는 “검찰에 다 제출했다”고 밝혔다.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성폭력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못 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며 “이 사건뿐 아니라 성 관련 사건은 공개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오히려 2차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성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대전제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시장 측근 인사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는 “절차상 (성추행 사건과) 분리돼 있지만 연결돼 있다”며 “성추행 여부가 입증되지 못 했다면 방조도 역시 입증이 어렵다. 전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성적인 문자와 속옷 사진을 보냈고,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사진 보내달라’ 는 등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준강간치상 사건과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동일인이다.
판결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청 소속 46명의 수사·사이버과 경찰을 대규모로 투입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12월29일 박 전 시장과 박 전 시장 주변 인물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 고소·고발을 수사한 결과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그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냈고, 측근인사들의 방조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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