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을 폭로한 2018년 ‘스쿨미투’ 당시 고발된 서울 시내 학교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75%가 신고 접수 이후에도 수업을 계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수업하게 한 학교도 있었다.
20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최근 받은 스쿨미투 정보공개 소송 관련 재처분 자료에 따르면 스쿨미투 연루 교사는 중학교 4곳에서 6명, 고등학교 16곳에서 42명 등 총 20개 학교에서 48명이다. 이 가운데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교사는 12명에 불과했다.
연루 교사 가운데 39명은 추후 공립학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사립학교는 재단으로부터 견책(10명), 감봉(7명), 정직(11명) 해임(8명) 파면(3명) 등 징계를 받았다.
계약직 교사 2명은 계약해지됐고, 다른 4명의 교사는 징계나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으나 ‘주의’ 조치됐다.
이밖에 2명은 각각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측에 견책과 감봉 징계를 요구했으나 퇴직자는 소급해 징계할 수 없다는 ‘퇴직불문’에 따라 징계를 피했다.
성폭력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어떠한 처분도 내려지지 않은 경우는 서울영상고 교사 1명뿐이었다.
문제는 연루 교사의 절대다수가 추후 징계나 신분상 불이익, 주의 등 조치를 받았는데도 직위해제된 경우는 9개 학교에서 12명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들은 추후 감봉(2명), 정직(4명), 해임(3명), 파면(3명) 등 징계를 받았다.
직위해제되지 않은 경우에도 정직(7명)과 해임(5명) 등 중징계를 받은 교사가 12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외국어고와 명지고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외국어고는 4명(1명은 퇴직자)의 교사가 감봉, 견책, 정직 등 징계를 받았는데도 학교는 수업 결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수업을 계속 맡기고 피해자도 가르치게 했다.
명지고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해 교사에 대해 직위해제나 수업배제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교사가 추후 해임됐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계속 마주치게 했다는 점도 충격적인데 그 이유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치하는엄마들과 법적 공방을 이어오다 지난달 11일 2심 재판부가 가해 교사의 이름과 감사보고서를 제외한 직위해제 여부, 징계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여부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린 이후에야 뒤늦게 스쿨미투 자료를 공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2019년 5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9개월여 만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스쿨미투에 대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대처가 합당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감사보고서 공개를 추가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잠실여고 A교사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정직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해임을 결정했고, 일신여상고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B교사에 대해 해임을 요청했으나 학교는 정직을 내렸는데 어떤 근거로 징계가 결정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활동가는 “교육청이 준 자료에는 학교 이름과 교사별 징계 내용 등만 나와 있어 ‘솜방망이 징계’ 여부를 확인하려면 감사보고서가 필요하다”며 “대전시교육청이 교사의 이름을 가린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가해 교사의 이름을 가려도 개인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쿨미투 당시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는 (성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곧장 수업에서 배제하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가 오면 직위해제하고 있지만 2018년에는 이런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성인지감수성이 낮았던 시절이라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분리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