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의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A 씨는 보행자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졌는데도 건너는 사람이 없자 신호를 위반하고 우회전을 했다. 하지만 왼쪽에서 직진하던 다른 차를 보지 못해 충돌했다.
오토바이를 탄 B 씨는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직진하는 차량과 부딪쳤다. 두 사고는 모두 A 씨와 B 씨의 ‘100% 일방 과실’이라는 게 손해보험협회의 판단이다. 운전자는 반드시 신호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손보협회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보행자 신호 위반 우회전 사고, 오토바이 사고 등 23개의 ‘비정형 과실비율 기준’을 마련해 20일 공개했다. ‘비정형 기준’은 소비자, 보험사, 법조인들이 참고하도록 손보협회가 자주 발생하는 사고의 과실비율을 정리한 것이다. 이 비율을 실제 적용해 효용성이 입증되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공식 기준(과실비율 인정 기준)이 된다.
이번에 내놓은 새 기준은 사고 위험이 큰 △점멸신호 교차로 사고 △비보호 좌회전 사고 등과 관련해 “법규를 위반한 가해자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C차량이 다른 차를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침범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100% 과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사고, 주차장 사고처럼 경미한 사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기 어려워 분쟁 소지가 높았던 사례에 대한 기준도 보완했다. 예컨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D차량과 맞은편에서 우회전하던 E차량이 충돌했다면 두 차량의 과실 비율은 60 대 40으로 협회는 판단했다.
협회 측은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은 우회전하는 다른 차가 있을 때 양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우회전 차량도 다른 차의 진행에 주의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전체 23개 신규 기준은 ‘과실비율 정보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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