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기무사 동원해 댓글 공작 혐의
1심 징역 3년…2심서 징역 8월·집유 2년
정부·기무사 비판한 ID 신원조회만 유죄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배득식(67) 전 기무사령관이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배 전 사령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배 전 사령관 측이 신청한 위헌심판제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배 전 사령관의 혐의 가운데 이명박(80) 전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한 ID의 신원을 조회한 범행사실 중 피해자별로 공소시효 7년이 지나지 않은 부분과 기무사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ID의 신원조회 부분에 한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 및 면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녹취요약본과 관련해 배 전 사령관에게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러한 판단은 타당하다”며 “(1심에서 유죄로 본) 정치 관여 글을 게시한 대북첩보계원들 및 사이버 전담반원들, 웹진 제작자는 배 전 사령관과의 관계에서 직무집행을 보좌한 ‘실무담당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실무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도록 한 경우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ID 신원조회를 한 기무대 방첩수사 요원들은 절차 진행에 관여할 고유 권한과 역할이 있기에 이런 사람들은 실무담당자로 볼 수 없다”며 “결국 공소사실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한 ID를 신원조회한 부분 중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과 기무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ID 신원조회 부분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 전 사령관은 대통령을 보필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고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자의 신원을 불법 조회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고, 이는 헌법상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한다”며 “배 전 사령관은 취임 후 업무집행의 적법성과 적합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만연히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 다만 범죄전력이 없고 36년간 직업군인으로 국가를 위해 복무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배 전 사령관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댓글 공작 조직인 ‘스파르타’를 운영하면서 당시 여권 지지나 야권에 반대하는 정치 관여 글 2만여건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명박(80) 전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ID 수백개의 가입자 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청와대 요청으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수십회 녹취해 보고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2010년 6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기무사 대원들을 동원해 여권 지지나 야권 반대 성향의 웹진(인터넷 잡지) ‘코나스플러스’를 45차례에 걸쳐 제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배 전 사령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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