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총피해자연합, 법원 앞 기자회견
"기업들은 CMIT·MIT 물질 독성 인지하고 사용"
"피해자 있지만 가해자 없다는 판결 납득 불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최근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총연합(연합)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기업들은 죗값을 치러야 하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은 “판결문에서 언급된 11명의 피해자 중 9명이 영유아이고, 그 중 2명은 사망했다”며 “태어나자마자 갖게 된 폐 손상, 제품이 (폐 손상의) 원인이 아니라면 폐 손상으로 죽거나 아팠던 아이들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CMIT·MIT 물질의 독성과 이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했다는 걸 기업들은 인지하고 있음을 재판 과정에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심 무죄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된 인과관계 증명에서 동물 실험은 절대적 필수조건이 아니다”라며 “이미 피해자는 존재하고, 이 피해자들은 SK와 애경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 제품만 단독으로 사용해 폐기능 손상을 입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살아있지만,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몸이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아내를 잃었다고 밝힌 김모씨는 이날 아내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오열했다. 김씨는 “내가 가습기살균제 이마트PB 상품인 가습기이플러스 제품을 사다가 가습기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당신이 좋아하던 찬양을 마음껏 부르면서 즐겁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기업인 SK, 애경, 이마트 임직원들의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며 “모두 울분과 분노에 흥분했다.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렇기에 가해기업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그에 대한 배·보상이 끝날 때까지 결코 물러서거나 주저앉지 않겠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천식 및 폐 손상을 입었다고 밝힌 조모씨도 “저희 피해자들은 오히려 그 무죄에 앞서 다같이 힘을 모아서 우리 몸이 증거다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또 다른 피해자인 서모씨도 “사람이 죽어야 판결이 날 문제인가. 정부에서 하는게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및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 총 11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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