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쩌다 ‘세계 4대 기후악당’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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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4일 07시 24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지속하는 가운데 한여름의 물 폭탄에 이어 겨울의 폭설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이변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지구적인 현실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 속 ‘기후 악당’ 취급을 받는 한국의 대처는 이제야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2020년 역대급 한 해…2021년, 폭설로 시작

24일 환경부, 기상청 등에 따르면 2020년은 갖가지 역대급 기록이 쏟아진 한 해였다.

시작은 지난해 1월부터다. 평균기온이 2.8도, 최고 7.7도, 최저 -1.1도로 역대 1월 중 가장 따뜻했다. 한파일수는 0일로 찾아볼 수 없었다.

여름에도 이상기후는 이어졌다. 지난 6월은 전국 평균 기온이 22.8도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고, 최고기온(28도, 평년 26.5도)과 폭염일수(2.0일, 평년 0.6일)도 각각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상 6월보다 더운 7월은 오히려 평균 22.7도로 0.1도 낮아 사상 처음으로 7월 기온이 낮은 역전 현상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 장마는 54일에 이르는 사상 최장기간으로 기록됐다. 당시 전국 평균 강수량은 686.9㎜로 1973년 이후 2위에 해당하는 강수량으로,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태풍 8·9·10호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연달아 한반도를 덮쳤다.

올겨울에도 갖가지 기록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전국 평균 눈 내린 일수는 7.2일로 평년보다 3.1일이 많다. 이 역시 1973년 관측 시작 이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눈과 함께 한파도 이어졌다. 지난 8일 서울은 최대 -2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고개를 들어 한반도 밖을 바라봐도 이상기후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와 동쪽 지방에선 2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한반도가 한파에 허덕일 당시 중국 헤이룽장성 지역은 최저기온이 -44.7도를 기록했고,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스페인의 북동부 아라곤 지방 기온은 -34.1도까지 떨어졌다.

미국 콜로라도에선 지난해 9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다가 하루아침에 영하 기온으로 떨어지며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는 현재진행형…이제 걸음마 뗀 한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면서 온실감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이 코로나19로 미뤄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역대 다섯 번째로 높았고, 최근 6년이 상위 5위 안으로 기록되는 ‘온난화’ 경향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로 해외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기후 악당’이라며 질타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영국의 기후변화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는 2016년 한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기후변화 전문지 ‘클라이밋홈’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며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탄소 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출범하고 반년이 지났지만, 지자체와 기후변화 대응을 담당하는 인원은 물론 전담 조직도 미비한 상황.

그린피스 관계자는 “탄소 중립 선언은 의미 있는 전진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 계획을 보면 석탄발전은 2050년 이후까지 진행되고, 내연기관차의 퇴출 시점에 대한 논의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은 물론 수송,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빠르게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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