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박원순 성희롱 인정은 ‘의미’…방조 미확인은 아쉬워”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25일 22시 40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낸 가운데 피해자 측은 “의미 있는 결과”라며 긍정 평가했다. 다만 조직 내 방조와 묵인을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서혜진 변호사는 이날 인권위 판단에 “성희롱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서 변호사는 “서울시의 성차별적 문화와 조직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를 지적받은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4월 사건’(피해자가 다른 서울시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울시는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 간의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가해자가 사망한 데다 유력한 참고인들이 인권위 조사에 불응했던 것 같다”며 “피해사실에 대해 조직 내 방조와 묵인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대리인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더는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받지 않는 것”이라며 “인권위 결정을 통해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공격과 비난은 진짜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한 곳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의 신지예 대표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인권위에서 내렸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중요한 지점은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뿐 아니라 참고인들의 증언과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서 증거자료들이 확보됐다는 점”이라며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피해자의 주장에 증거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신 대표는 인권위 판단을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평했다. 그는 “인권위는 매뉴얼 마련 권고가 아니라 책임자를 어떻게 징계 내려야 할지를 이야기 해야 했다”며 “징계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정리는 잘했으나 미래에 대한 길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인권위는 매뉴얼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매뉴얼이 가장 많이 있다”며 “서울특별시성폭력예방지침에 따르면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을 은폐하거나 2차 가해한 사람에게 행위자에 준해 징계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책임자의 책임이 중요하다”며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전 비서실장 등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인권위 판례를 보면 내부에서 보고서를 발행할 때 징계 권고까지 나아갔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이례적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피해자 측 대리인과 지원단체들은 이날 중으로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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