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에 대해 수사의뢰를 했다면 해당 공무원은 공무원법상 직위해제 요건인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자’에 해당해 곧바로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 한소영 성언주)는 최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 원장 A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행정안전부는 국무조정실로부터 A씨가 뇌물 수수 비위 혐의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2019년 9월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원장에서 직위해제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가 아닌 데도 직위해제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은 금품비위나 성범죄 등으로 감사원 및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 업무수행 기대가 현저히 어려운 자를 직위해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수사의뢰는 2018년 9월4일에 이뤄졌는데, 경찰이 행정안전부에 준 수사 개시 통보서에 기재된 수사개시일자는 같은달 6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수사의뢰 시점과 수사개시일에 이틀의 차이가 있었는데 수사개시 이전인 이틀 사이 직위해제가 이뤄진 것은 법령위반이라는 주장이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 이전에 A씨를 조사한 국무조정실이나 행정안전부 소속 조사담당관실은 ‘감사원 또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라 볼 수는 없다”며 “직위해제 처분 이전에 감사원 또는 수사기관이 A씨를 조사·수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수사의뢰서 내용을 보면 A씨가 뇌물수수,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인적사항과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조사담당관실 공무원이 직접 확보한 증거자료를 수사의뢰서와 함께 제출한 점을 볼 때 수사의뢰는 행정안전부가 A씨를 직무와 관련한 범죄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경찰관은 고소·고발을 수리했을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수사의뢰가 접수된 즉시 A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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