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제보받은 권익위가 당초 공수처 이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첩을 언급한 후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익신고자 A 씨는 권익위가 26일 오전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이날 오후 “권익위의 잦은 입장 변화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의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를 검토 중인 권익위가 A 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경우 불법 출금 의혹이 신고자 불이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공수처 이첩 어렵다”에서 “공수처 이첩 검토”
A 씨에 따르면 그는 올해 1월 4일 권익위에 한 1차 신고를 포함해 1월 20일까지 총 5차례 신고를 했다. 첫 신고 이후 권익위는 검토 중인 사건 이첩 방안을 A 씨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A 씨의 최초 신고 이후 권익위는 사건을 검찰과 경찰에 분리해 이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부분(개인정보보호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경찰에, 가짜 사건번호가 기재된 긴급 출금 요청서를 만든 이규원 검사 등의 비위(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는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련의 사안을 분리하는 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장애를 초래한다”며 반대하면서 “쪼개기 이첩 대신 일괄적으로 공수처에 수사 의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공수처는 수사관 선발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난색을 표시하면서 “일괄적으로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이 13일부터 수원지검에 김 전 차관 의혹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하자 A 씨는 권익위에 제보한 자료를 수원지검 수사팀에 이첩할 것을 15일 요구했다. 하지만 26일까지 권익위는 관련 자료를 이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사 지연을 우려한 A 씨가 택배로 수원지검에 자료를 보냈다.
권익위는 박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 의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는 게 옳다”고 한 다음 날인 26일 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A 씨는 “공수처장이 수사체계를 갖추려면 최소 2개월가량이 소요된다고 했고, 그 사이 관련자들의 말맞추기나 전산자료 폐기 등 증거인멸 시도와 핵심 관계자들의 도피 시도 등 수사 장애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관련 규정상 피신고인이 고위공직자에 해당되고 신고내용이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및 공소제기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의무조항으로 공수처 등으로 고발해야 한다”면서 “신고내용이 요건을 구비하는지 현재 확인절차를 진행 중이고 전원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권익위는 “신고자의 의사는 감안하되 이첩 대상 기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고 했다.
○ 신고자 보호신청 인용 여부와 시점 주목
A 씨가 25일 신청한 신고자 보호 신청에 대해 권익위가 인용 여부를 언제 결정할지도 주목된다. 공익신고자보호법,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A 씨는 신분 보장과 신변 보호, 책임 감면 등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권익위는 “신고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신고자 요건뿐만 아니라 각 규정에 따른 추가적인 보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 조치를 받기 위해선 신고 내용이 거짓이 아니고,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 외에 새로운 증거가 있을 때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무부가 A 씨에 대한 고발 등 불이익 조치를 권익위 결정 전에 강행할 수 있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26일 “검찰에서 균형감 있게 수사해 달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고발 검토’를 언급한 것”이라며 “향후 수사 의지를 보고 고발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앞서 A 씨는 “신고 경위 조사,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조사 등은 공익신고자보호법 및 시행령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며 불이익 조치를 법무부에서 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형사책임을 묻는 한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