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아버님을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데 경기 오산시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서 선뜻 어서 모셔 오라고 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요양시설은 집단 감염의 온상지나 다름없었다. 하루 수십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자도 적지 않지만 올해 들어 치료를 마치고 속속 격리 해제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요양시설은 확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온다고 하면 일단 입원 환자들과 가족부터 반대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사실 이 요양병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환자와 관계자 등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김모 진료협력팀장은 “당시 겪은 설움이 코로나 치료 환자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해당 병원은 언제부터인가 매일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집단 감염을 겪은 뒤 14명의 환자를 이곳에 보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병원장은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 병원도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에 격리 해제 환자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병원 측에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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