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옥탕 가라며 7세 빈교실 방치, 훈육 목적이어도 학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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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에 300만원 벌금 확정
말 안듣는다고 다른 교실 8분 보내
법원 “공포감 불러… 정서적 학대”

7세 아동을 빈 교실에 홀로 방치한 것은 훈육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교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충북 청주시 소재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A 교사는 2019년 1학년 학생 B 군(7)이 말을 듣지 않고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다른 교실에서 약 8분간 혼자 머물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 교사는 이 교실의 이름을 동화책 이름을 따 ‘지옥탕’이라고 칭했다. A 교사는 수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B 군을 교실로 데려오지 않았고 다른 교사가 B 군을 데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A 교사는 재판 과정에서 “B 군을 훈육하기 위해 ‘타임아웃’(아이를 다른 장소로 격리시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을 한 것”이라며 “‘지옥탕’은 교실 바로 옆 정보실로, 동화책의 이름을 딴 별명일 뿐 무서운 공간이 아니어서 학대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지옥탕’이라는 단어가 아동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다른 아동이 “지옥탕은 어둡고 무섭고 캄캄하다”고 표현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B 군이 A 교사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공간에 보내져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B 군의 연령 등을 고려하면 해당 공간을 이탈하는 등 추가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A 교사가 글씨 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B 군을 여러 차례 ‘지옥탕’에 보낸 점도 정서적 학대의 근거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A 교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A 교사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아동학대#학대#정서적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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